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연구개발(R&D) 속도가 전례 없이 빨라졌습니다. 챗GPT(ChatGPT)나 미드저니(Midjourney) 같은 AI 도구들은 과거 수개월, 수년이 걸리던 복잡한 시뮬레이션과 설계 작업을 단 몇 분 만에 해결하며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뚝딱 만들어낸 결과물들이 정작 특허청 문턱을 넘지 못하고 거절되거나, 심지어 누구나 쓸 수 있는 '공공재'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핵심은 전 세계 특허청과 법원이 고수하는 '인간이 아닌 자는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원칙에 있습니다. 한국, 미국, 유럽 등 주요국 특허청은 AI를 단순한 연구 도구로 간주하며, 발명의 '개념 형성(Conception)'은 오직 인간의 뇌 안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특허청(USPTO)은 AI 보조 발명이라도 '인간의 인지적 기여(Human cognitive contribution)'가 청구항의 모든 요소에 녹아있음을 서류로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인간 연구원의 개입 없이 AI가 자율적으로 완성한 기술은 특허법상 누구의 소유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각 산업군별로 AI 활용 특허 전략은 달라집니다. 바이오·제약 분야에서는 AI가 도출한 신약 후보 물질이라도 반드시 인간 연구원이 실제 실험(In vitro/In vivo)을 통해 유효성을 검증한 데이터를 포함해야 합니다. 로봇·자율주행 분야에서는 AI가 제안한 디자인이나 알고리즘 중 인간 연구원이 어떤 비즈니스적·기술적 판단을 거쳐 최종 설계를 개량(Post-processing)했는지 그 개입 과정을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프트웨어(SW)·IT 서비스 분야에서는 범용 AI 모델을 단순히 연동하는 것을 넘어, '독창적인 데이터 전처리(Pre-processing) 파이프라인'이나 결과물 '후처리 가공 알고리즘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UI/UX)'를 엮어 특허를 설계해야 합니다. 화학·신소재 분야에서는 AI 학습 데이터 수집, 노이즈 제거 등 학습 메커니즘을 상세히 기술해야 하며, 게임·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AI가 만든 순수 콘텐츠 자체는 저작권 보호가 어려우므로 인간 디자이너가 재배치하고 기능과 연동시킨 '화상디자인(GUI)' 출원 등 융합 전략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AI 활용 사실을 숨기기보다 정공법을 택해야 합니다.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는 특허 출원 시 모든 진실을 밝혀야 하는 성실 고지 의무(Duty of Candor)가 있기 때문입니다. AI 활용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겼다가 추후 분쟁 발생 시 특허권 자체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연구소에서는 프롬프트 이력 백업, 인간의 개입 기술, 연구 노트 동기화 등 3대 실무 수칙을 내재화하여 AI 활용 범위를 솔직하게 공유하고, 변리사와 협력하여 AI가 처리한 추상적 영역은 넓게, 인간이 개입한 핵심 파트는 정교하게 방어하는 '무효화되지 않는 강한 특허'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모든 기술을 특허로 공개하기보다 '특허 출원(Patent)'과 '영업비밀(Trade Secret)'의 하이브리드 전략을 고려해야 합니다. AI 모델의 원천 학습 데이터 구조, 가중치 세팅값, 데이터 정제 노하우 등 외부에서 유추하기 어려운 내부 파이프라인은 영업비밀로 보호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반면, AI를 활용해 도출한 최종 결과물 구조, 기계 제어 방법, UI/UX 구동 알고리즘 등 리버스 엔지니어링이 가능한 기술은 특허로 출원하여 보호해야 합니다. R&D 초기 단계부터 지식재산권(IP) 전문가와 협력하여 AI 활용 전략과 IP 보호 방안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 독점적 시장 선점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