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약 900만 명의 사망 진단서를 분석한 2024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택시 및 구급차 운전자는 다른 443개 직업군 중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할 위험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인구의 약 60명 중 1명이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하는 반면, 이들 직업군은 100명 중 1명꼴로 사망해 현저히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이는 단순히 운전하는 행위가 아닌, 실시간으로 복잡한 경로를 탐색하고 정신적 지도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는 과정이 뇌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이 뇌의 기억과 공간 탐색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와 관련이 깊다고 보고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은 해마를 가장 먼저 손상시키는 질병 중 하나로, 초기 증상 중 하나가 공간 탐색 및 방향 감각 상실입니다. 2000년 런던 택시 운전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면허 취득을 위해 2만 5천 개 이상의 거리를 암기하는 '더 날리지(The Knowledge)' 훈련을 받은 운전자들이 일반인보다 후방 해마의 회백질(gray matter)이 더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지속적인 공간 탐색 요구가 성인 뇌의 특정 영역을 물리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버스 운전사나 항공기 조종사처럼 고정되거나 미리 정해진 경로를 따르는 직업에서는 이러한 이점이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뇌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며 정신적 지도를 재구성하는 '실시간 내비게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 두 연구는 해마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작업이 뇌를 재구성하고, 이것이 노년기에 가장 두려운 질병 중 하나인 알츠하이머병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일관된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또한, 거주 환경의 공간적 복잡성(밀집된 도로망, 다양한 교차로, 랜드마크 등)이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낮다는 2023년 연구 결과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는 일상적으로 인지 지도(cognitive map)를 구축하는 활동이 알츠하이머병이 가장 먼저 공격하는 뇌 회로를 단련시켜 질병 증상을 지연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