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인해 탄화된 고대 로마 도시 헤르쿨라네움(Herculaneum)의 두루마리 PHerc. 1667이 2천 년 만에 처음으로 전체 내용이 해독되었습니다. '베수비오 챌린지(Vesuvius Challenge)' 연구팀은 고해상도 X선 마이크로 단층 촬영과 머신러닝(기계 학습) 기술을 활용해, 두루마리를 물리적으로 펼치지 않고도 내부의 글자를 읽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고대 문헌 연구의 오랜 난제를 해결한 획기적인 성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PHerc. 1667 두루마리를 유럽 싱크로트론 방사선 시설(ESRF)에서 고해상도 X선으로 스캔하여, 탄화된 파피루스 내부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잉크 흔적을 포착했습니다. 이후 머신러닝 모델을 훈련시켜 파피루스 표면과 거의 구별할 수 없는 잉크 신호를 감지하고, 이를 가상으로 펼쳐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재구성했습니다. 복원된 텍스트는 약 1.4미터 길이의 파피루스에 걸쳐 22개 단락의 고대 그리스어로 쓰인 윤리 철학 논문으로, 스토아 학파의 사상과 아리스토크레온(Aristocreon)이라는 인물이 언급되어 기원전 2세기 스토아 철학 작품으로 추정됩니다. 비록 일부 손상으로 인해 단편적인 부분이 있지만, 2천 년 만에 처음으로 여러 구절을 명확하게 읽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성과는 단순히 하나의 두루마리를 해독한 것을 넘어, 다른 탄화된 두루마리에도 적용 가능한 검증된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연구팀은 PHerc. Paris 4 두루마리에서는 더 높은 해상도의 이미징 기술로 잉크를 3D X선 데이터 내에서 직접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PHerc. 139 두루마리에서는 필로데무스(Philodemus)의 '신들에 관하여(On Gods), 8권'이라는 제목과 저자를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훼손 위험 없이 고대 문헌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묻힌 헤르쿨라네움 도서관에 보존된 수백 개의 미개봉 두루마리들이 인류에게 새로운 지식을 선사할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이는 고대 역사와 철학 연구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