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 전역의 슈퍼마켓 수십 곳에서 냉장고와 냉동고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대규모 식료품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벨기에, 스웨덴, 핀란드, 아일랜드, 네덜란드, 에스토니아 등 7개국에서 최소 40개 이상의 매장이 피해를 입었으며, 일부 냉동고는 설정 온도가 50°C까지 올라가면서 보관 중이던 모든 식료품을 폐기해야 했습니다. 벨기에의 한 슈퍼마켓은 식료품 손실만 10만 유로(약 1억 4천만 원)로 추산했습니다.
피해 장비 일부를 제조한 사브코벨(Sabcobel)에 따르면, 공격은 냉장고 증발기를 '제상 모드(defrost mode)'로 전환시켜 온도를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지난 10월 프랑스 슈퍼마켓 수백 곳을 덮쳐 수백만 유로의 피해를 입혔던 공격과 수법이 동일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브코벨은 피해 장비의 네트워크 연결을 차단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물리적 개조를 통해 취약점에 대응하고 있지만, 많은 슈퍼마켓이 원격 유지보수를 위해 냉장 시스템을 인터넷에 연결해두고 있어 공격에 취약한 상태였습니다. 미국 당국도 지난 8월 미군 기지 냉장 설비 이상과의 연관성을 조사 중입니다.
이번 사건은 산업용 사물 인터넷(IIoT) 기기의 보안 취약성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슈퍼마켓 냉장 시스템과 같은 산업용 장비는 원격 모니터링 및 제어를 위해 인터넷에 연결되는 경우가 많지만, 기본적인 보안 수칙조차 지켜지지 않아 공격에 쉽게 노출되고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에서 유사한 공격이 발생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또다시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은 기업들의 보안 인식과 대응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전문가들은 VPN(가상 사설망)을 통한 안전한 원격 접속, 내부망과 외부망 분리, 기본 비밀번호 변경, 그리고 불필요한 인터넷 연결 차단 등 기본적인 네트워크 보안 조치만으로도 상당 부분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냉장 시스템 제조사 단포스(Danfoss)는 앞선 공격 이후 고객들에게 인터넷 연결을 끊고 안전한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재연결하라고 권고했지만, 일부 매장은 이를 따르지 않아 이번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 기업들이 사이버 보안을 경영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