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숨은 부채'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약 4년 만에 8배 증가한 이 부채는 총 1.65조 달러(약 2,475조 원)에 달하며, 이는 이들 기업의 공개된 실제 부채 규모를 넘어섭니다. 이처럼 불투명한 자금 조달 방식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진정한 재무 위험을 평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숨은 부채는 주로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과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계약 등 AI 인프라 확대를 위한 장기 계약에서 발생한 의무에서 비롯됩니다. 특히 메타(Meta)의 경우, 부외부채가 약 4,200억 달러로 집계되어 공개된 부채의 거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부외금융(off-balance sheet financing)은 자산과 부채를 재무상태표에 기록하지 않아 기업의 부채비율을 낮추고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부외 부채가 금융 시스템 전반에 잠재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업들이 장기 임차 계약을 통해 경제적 실질은 부채와 다름없는 의무를 지면서도, 이를 재무제표에 명확히 반영하지 않아 전체 채무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만약 AI 투자 열기가 식거나 관련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이러한 숨은 부채는 예상치 못한 금융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국 은행이나 사모신용 펀드 등 자금을 제공한 기관들이 손실을 떠안게 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2008년 금융 위기 이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는 규모 면에서 다르다고 평가하지만, 1980년대식 부외금융이 다시 등장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투자자,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기업의 재무 위험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이는 시장의 투명성을 저해하고 잠재적 위기를 키울 수 있습니다. AI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경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할 때, 이처럼 불투명한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한 면밀한 감시와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