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전자 회로 설계 분야에서 어디까지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최근 공개된 EEBench V1은 AI 모델이 실제 부품의 제약을 고려한 회로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하는지 평가하는 새로운 벤치마크입니다. 이 벤치마크는 AI가 교과서적인 지식을 넘어 실제 제조 환경의 복잡성을 다룰 수 있는지 측정하며, 클로드 오푸스 5(Claude Opus 5)가 61.6%의 점수로 현재까지 가장 높은 성능을 기록했습니다.
EEBench V1은 그래픽 기반 CAD 도구 대신 atopile을 활용해 회로를 선언형 코드(declarative code)로 표현하게 함으로써, AI가 화면 조작이 아닌 전자공학 설계 능력 자체에 집중하도록 평가합니다. 예를 들어, 주거용 에너지 미터가 정전 시 20ms 동안 전압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에서는 단순히 커패시터를 추가하는 것을 넘어, 실제 세라믹 커패시터의 전압에 따른 용량 감소, 부품 공차, 비용 및 공간 제약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다중 피드백 저역통과 필터 과제에서는 연산증폭기를 중심으로 회로를 합성하고, 최악의 공차 조건에서도 이득, 차단 주파수, Q 값이 제한 범위 안에 들도록 저항과 커패시터 비율을 계산해야 합니다. SPICE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압 동작, 유효 정전용량, 전원 복귀 후 회복 시간, 패키지 및 비용 제한 등을 결정론적으로 채점하여 AI의 설계 품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합니다.
현재 최고 점수가 60%대에 머무는 것은 AI의 설계 능력이 아직 개선될 여지가 많음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OpenAI가 GPT-6 Astra 시연에 PCB 작업을 포함하고 xAI가 Grok 4.6 모델 카드에 EEBench를 언급하는 등 주요 AI 연구소들이 전자공학 평가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AI가 단순한 소프트웨어 코딩을 넘어 물리적인 세계의 복잡한 공학 문제 해결에 점차 깊이 관여하게 될 것임을 의미합니다. EEBench는 이러한 시뮬레이션 기반의 평가 하네스를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환경으로도 활용하여, AI가 실패 원인을 구체적으로 학습하고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심박조율기처럼 안전이 필수적인 제품까지 AI가 설계하고 검증 없이 사용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1인 창업자나 소규모 팀에게는 하드웨어 개발의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중요한 도구가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