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런던의 대표적인 우범지대였던 킹스크로스(King's Cross)가 이제는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허브로 변모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징과 함께 AI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꼽히는 이곳은 딥마인드(DeepMind)를 필두로 오픈AI(OpenAI), 메타(Meta), 앤트로픽(Anthropic) 등 유수의 AI 기업들이 밀집해 있으며, '지식 지구(Knowledge Quarter)'라는 별칭까지 얻었습니다. 킹스크로스는 과거 마약과 매춘이 만연했던 지역이었으나, 2000년대 초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재탄생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이 지역의 변화는 2016년 구글에 인수된 딥마인드가 입주하면서 본격화되었습니다. 이후 수많은 AI 스타트업들이 딥마인드의 '마법'에 이끌려 킹스크로스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런던에는 약 3,600개의 AI 스타트업이 있으며, 이들은 지난 7월 말 이후 런던 전체 투자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121억 달러(약 16조 원)를 유치했습니다. AI 기업들의 폭발적인 수요로 인해 지난 3년간 킹스크로스 핵심 지역의 사무실 임대료는 18% 상승했으며, 일반 사무 공간의 공실률은 0.9%에 불과할 정도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킹스크로스의 성장은 단순한 기업 집적을 넘어 유럽 AI 생태계의 자립과 주권 확보라는 중요한 논의를 촉발하고 있습니다. 일부 미국 AI 기업들이 유럽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유럽 내에서는 자체적인 AI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킹스크로스는 이러한 유럽의 AI 자립 노력이 실제 구현되는 현장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영국이 AI 인프라, 컴퓨팅 자원, 에너지, 자본을 충분히 확보하여 이러한 자립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지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킹스크로스는 런던 시내뿐 아니라 캠브리지, 파리와도 연결성이 좋아 인재 유치와 사업 확장에 유리한 지리적 이점도 갖추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