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 모델이 이미지 생성 없이 붓질(brushstroke) 코드를 직접 작성하여 가상 캔버스에 유화를 그리는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stillwet’ 프로젝트는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마치 화가처럼 붓의 종류, 물감의 농도, 건조 시간, 글레이즈(glaze) 기법 등을 코드로 지시하면, 유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이를 실행하여 최종 작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입니다. 이는 기존의 이미지 생성 모델과는 달리, AI가 그림의 ‘과정’ 자체를 이해하고 통제하려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이 실험에는 Claude Opus 5.5, GPT-6.1 Sol, Gemini 3.8 Flash 등 다양한 LLM이 참여했습니다. 특히 Claude Opus 5.5는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의 작품 이미지를 직접 보지 않고 문헌 조사만으로 그의 화풍을 재현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가상 이젤에서 부분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확인하는 방식으로 75점 중 46점을 제작했으며,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화풍을 모사하거나 자화상을 그리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자유 주제를 부여했을 때도 모델들이 물병과 레몬, 잎 없는 나무와 같은 특정 모티프를 반복적으로 선택하거나, 서로의 그림을 보지 않았음에도 유사한 구도나 동일한 제목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이는 AI의 내부 추론 과정에서 특정 개념이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형성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AI가 단순한 이미지 생성을 넘어, 예술적 기법과 스타일을 코드 수준에서 이해하고 재현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동시에, 특정 모티프의 반복이나 유사한 구도 생성은 AI의 창의성이 아직 인간의 그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며, 학습 데이터나 내부 추론 방식에 따라 특정 편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실험은 AI가 예술 창작 과정에 어떻게 개입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인간 예술가와 AI의 협업이 어떤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향후 AI가 예술의 본질과 창의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어떻게 확장시킬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