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026년 7월 7일부터 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에 운전자 얼굴을 향하는 ‘운전자 주의 산만 경고(Advanced Driver Distraction Warning, ADDW)’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합니다. 이 시스템은 운전자가 휴대폰을 보거나 다른 곳에 시선을 너무 오래 두는 등 주의가 산만해질 경우 경고를 보내 교통사고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EU는 이 카메라를 포함한 광범위한 안전 규제 패키지가 2038년까지 25,000명 이상의 생명을 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ADDW 시스템은 스티어링 휠이나 대시보드 근처의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운전자의 시선 방향을 추적합니다. 고속 주행 중 도로에서 3.5초 이상, 저속에서는 6초 이상 시선을 떼면 경고등, 소리, 진동 등으로 운전자에게 알립니다. 이 시스템은 약 20km/h 이상에서 자동으로 활성화되며, 영구적으로 끌 수 없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러나 벨기에 자동차 플랫폼 Gocar.be의 Xpeng P7+ 테스트와 포드 푸마(Ford Puma) 렌터카 경험에 따르면, 일반적인 시선 이동에도 과민하게 경고가 울리거나, 시스템을 꺼도 다시 활성화되는 등 운전 경험을 저해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ADDW의 도입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데이터 프라이버시(data privacy)와 관련해서는 규정의 빈틈이 지적됩니다. EU 규정은 ADDW가 생체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는 폐쇄 루프(closed loop) 방식으로 동작해야 하며, 운전자의 주의 산만 판단 데이터가 차량 밖으로 전송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하지만 시스템이 실제로 폐쇄 루프로 동작하는지 확인할 독립적인 감사나 보증 메커니즘이 없으며, 데이터 처리 방식, 보관 기간, 삭제 시점 등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부족합니다. 이는 운전자의 시선 추적 데이터가 유출될 경우 개인의 일상 습관, 위치, 동승자 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습니다.
실제로 제너럴 모터스(GM) 등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이 운전 행동 데이터를 데이터 브로커에 공유하고 보험사에 판매한 사례나, 테슬라(Tesla) 전 직원들이 고객 차량 카메라 영상을 사적으로 공유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선례들은 ADDW를 통해 수집되는 민감한 영상 및 시선 추적 데이터 역시 불분명한 규칙 아래에서 오용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모질라 재단(Mozilla Foundation)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자동차 브랜드의 84%가 운전자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판매하고, 76%는 데이터를 직접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규제 당국은 ADDW가 포착하는 민감 데이터의 '필요한' 범위와 보관 기간을 명확히 정의하고, 제조사나 제3자에게 전송되거나 판매되지 않도록 독립적인 감사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운전자의 얼굴과 시선을 읽는 적외선 카메라 시스템은 유럽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GDPR)의 적용 범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으므로, 제조사들은 GDPR의 기본 원칙인 '필요한 데이터만 수집', '필요한 기간만 보관', '운전자에게 데이터 권리 제공'을 준수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운전자 안전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넘어 개인정보 침해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