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 협회(EuroISPA)가 저작권 침해 사이트 차단 명령으로 인해 발생하는 '과도한 차단(overblocking)' 피해에 대해 저작권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요청했습니다. 그동안 저작권자들은 광범위한 사이트 차단을 요구하면서도, 이로 인해 합법적인 콘텐츠나 서비스가 함께 차단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아 왔습니다. 이에 EuroISPA는 EU 디지털 단일 시장 저작권 지침(Copyright in the Digital Single Market Directive) 평가 과정에서 이러한 불균형을 시정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EuroISPA는 최근 몇 년간 이탈리아, 스페인 등 여러 유럽 국가에서 발생한 심각한 과도한 차단 사례들을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의 '해적 방패(Piracy Shield)' 시스템은 IP 주소 기반 차단으로 인해 7,700개 이상의 도메인에 부수적인 피해를 입혔고, 포르투갈의 한 호스팅 업체는 이탈리아 고객과의 이메일 연결이 16일간 끊기기도 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라리가(LaLiga)가 공유 IP 주소를 대상으로 한 차단 명령으로 수천 개의 합법 사이트가 영향을 받아 수백만 명의 스페인 인터넷 사용자가 은행 앱, 개발자 도구, 결제 플랫폼 등에 접속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또한, 시스코(Cisco)는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해적 사이트 차단 명령을 받은 후 오픈DNS(OpenDNS) 서비스를 철수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차단 명령이 DNS 리졸버(DNS resolver) 및 VPN 제공업체 등 다른 중개 서비스로까지 확대되면서 기술적 구현의 어려움과 함께 광범위한 피해를 낳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EuroISPA는 EU의 지식재산권 집행 지침(IPRED)이 이미 저작권자에게 과도한 차단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새로운 법률 제정 없이도 명확한 보상 메커니즘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이탈리아처럼 30분 이내에 차단 조치를 이행해야 하는 '신속 차단(rapid blocking)' 요구사항은 특히 소규모 서비스 제공업체에 불균형한 부담을 지운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요구는 단순히 해적 행위를 막는 것을 넘어, 인터넷 생태계 전반의 안정성과 합법적인 서비스 이용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EuroISPA의 요구는 저작권 보호와 인터넷 자유 및 안정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중요한 논의의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