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는 가정에 25Gbit/s 대칭형 전용 광인터넷(fiber internet)을 제공하며, 사용자는 여러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미국과 독일이 겪는 공유형 망, 제한된 사업자 선택, 높은 가격 문제와 대조적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광섬유 접속망을 어떻게 규제하고 구축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에서 비롯됩니다.
스위스는 각 가정에 4가닥의 전용 광섬유를 설치하고, 이를 중립적인 개방 허브에 연결하여 여러 ISP가 동일한 물리 회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합니다. 사용자는 OTO(Optical Termination Outlet) 번호만으로 Init7, Swisscom, Salt 등 다양한 사업자로 쉽게 전환할 수 있습니다. 이는 통신사가 물리 인프라를 한 번 구축하고 그 위에서 서비스 경쟁을 하는 모델입니다. 반면 미국은 지역별 독점 구조가 강하고, 기존 사업자들이 연방정부 자금까지 받아 특정 지역을 장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일은 여러 회사가 각자 광섬유를 매설하는 인프라 경쟁을 선호하지만, 이는 중복 투자와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미국과 독일 모두 광섬유가 이웃과 공유되는 P2MP(Point-to-Multipoint) 아키텍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특정 시간대에는 속도 저하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스위스 모델은 통신사의 자발적인 선택이 아닌, 강력한 규제와 표준 설정의 결과입니다. 2008년 연방통신위원회(COMCO)는 가정당 4가닥의 Point-to-Point 광섬유와 경쟁 사업자의 Layer 1 물리 광섬유 접근을 표준으로 정했습니다. 2020년 Swisscom이 더 저렴한 P2MP 방식으로 전환하려 하자, Init7이 문제를 제기했고 COMCO는 반독점법 위반으로 Swisscom에 1,800만 프랑의 벌금을 부과하며 기존 표준 준수를 강제했습니다. 이는 물리 인프라 개방, Point-to-Point 아키텍처 강제, 중립 표준, 강력한 경쟁당국의 역할이 실질적인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스위스의 사례는 다른 국가들이 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고 경쟁을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물리 인프라를 개방하고, 기존 사업자가 관로와 다크 파이버(dark fiber)를 원가 기반 가격으로 경쟁사에 공유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한, 모든 가정에 공유 스플리터가 아닌 전용 광섬유 가닥을 제공하는 Point-to-Point 아키텍처를 강제하고, 중립적인 광섬유 표준을 요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경쟁당국이 규칙을 집행할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의미 있는 수준의 벌금을 부과하며, 지방정부가 자체 광섬유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자유 시장'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규제와 정책 개입을 통해 소비자 후생을 증진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