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인 바티칸 시국이 전 세계 14억 명의 가톨릭 신자에게 영향을 미칠 인공지능(AI) 윤리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교황 레오 14세는 첫 회칙 '위대한 인간성(Magnifica Humanitas)'을 통해 AI 자체의 선악보다는 이를 만들고 사용하는 인간의 목적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일자리 소멸, 허위 정보, 자율 무기, 알고리즘 차별 등을 AI 시대의 구체적인 위험으로 지목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교회의 입장을 넘어, 전 세계적인 AI 윤리 논쟁에 중요한 도덕적 목소리를 더하고 있습니다.
바티칸은 약 10년 전부터 실리콘밸리 경영진과의 '미네르바 대화(Minerva Dialogues)'를 시작으로 AI 문제에 깊이 관여해왔습니다. 2020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IBM, 이탈리아 정부와 함께 'AI 윤리를 위한 로마의 요청(Rome Call for AI Ethics)'을 발표했으며, 2024년에는 G7 정상회의에서 교황 프란치스코가 자율 무기 금지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은 자사 AI 모델 클로드(Claude)의 '헌법' 작성에 가톨릭 사상가들의 조언을 구하는 등, 교회의 윤리적 통찰이 실제 기술 개발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교황청 과학원(Pontifical Academy of Sciences, PAS)과 사회과학원(Pontifical Academy of Social Sciences, PASS) 등 전문 자문 기구들이 교황의 AI 관련 견해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회칙 '위대한 인간성'의 영향력은 과거 교황 레오 13세의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나 교황 프란치스코의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처럼 즉각적인 대중의 태도 변화보다는 장기적인 제도적 변화를 통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새로운 사태'가 최저임금법과 노동조합 권리 옹호에 기여했듯, '위대한 인간성' 역시 교회 기관, 정치권, 교육계, 기업이 교황의 도덕적 어휘를 AI 정책과 시스템 설계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그 영향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이미 릴리 인다우먼트(Lilly Endowment)가 노트르담 대학교(University of Notre Dame)에 신앙 기반 AI 윤리 프레임워크 개발을 위해 거액을 지원하는 등, 교육 및 연구 분야에서도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티칸의 이러한 노력은 AI 기술이 인간 존엄과 공동선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유도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