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공급사인 CATL(닝더스다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배터리 기술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배터리가 전기차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만큼, 완성차 업체들은 CATL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가격 협상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탈(脫) CATL'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쩡칭훙 광저우자동차그룹 회장이 "우리가 CATL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토로할 정도로 배터리 원가 부담이 커진 데서 시작되었습니다. 샤오미(Xiaomi)는 자체 정의한 '롱자 배터리'를 공식화하고 중촹신항(CALB), 신왕다(Sunwoda)와 협력하며 제품 정의와 팩 설계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리오토(Li Auto)는 2015년부터 배터리 연구개발팀을 운영해왔으며, 2026년 6월 출시된 신형 L8을 시작으로 자체 브랜드 배터리를 적용하고 연내 전 차종에 확대 적용할 계획입니다. 리오토는 이를 '탈○○화'가 아닌 사용자 경험 최적화, 스마트카 통합, 배터리 전 생애주기 데이터 연결을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하며, CATL을 '전우'로 칭하면서도 배터리 기술 방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리오토가 그리는 미래는 완성차 업체가 항속거리, 충전 속도, 부피, 비용 등 배터리 사양을 먼저 정하고 공급사에 맞춰 달라고 요구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기존에 CATL이 소재 체계, 셀 설계, 급속 충전 기술 등 배터리 전반의 기술 방향을 주도하고 완성차 업체가 이에 맞춰 차량을 개발하던 방식과는 정반대입니다. 만약 이러한 리오토식 구조가 업계에 확산된다면, CATL은 기술 방향을 정하는 핵심 공급사에서 단순 위탁 생산 중심의 '배터리 산업의 폭스콘'처럼 위치가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CATL 역시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CATL은 '차를 잘 만든다고 배터리를 잘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문 영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치린 배터리, 신싱 초급속 충전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며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려 합니다. 또한 '판스 섀시' 공개로 배터리팩에서 차량 섀시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초콜릿 배터리 교환' 사업을 통해 차량,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 충전망을 묶는 플랫폼 모델을 구축하며 완성차 업체들이 자사 생태계에 의존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완성차 업체와 CATL 간의 주도권 경쟁은 단순한 납품 물량 확보를 넘어,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의 사양과 기술 방향을 누가 결정할 것인가를 놓고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입니다. 이는 전기차 산업의 핵심 기술 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한 변화로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