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의 초점이 대규모 언어모델(LLM) 학습에서 실제 서비스에 활용되는 추론(inference)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습니다. 특히 AI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24시간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AI 시스템이 늘면서, 2026년에는 추론 전용 하드웨어 시장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엔비디아(Nvidia) CEO 젠슨 황(Jensen Huang)도 GTC 2026에서 이를 추론의 변곡점으로 강조할 만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추론 과정 중에서도 다음 토큰을 순차적으로 생성하는 디코드(decode) 단계는 모델 가중치와 이전 문맥을 반복해서 읽어야 하므로, 연산 능력보다 메모리 대역폭(bandwidth)이 병목 현상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Matrix는 연산 칩과 메모리를 수직으로 적층하여 데이터 이동 거리를 마이크로미터(micrometer) 수준으로 줄이는 랩터(Raptor) 가속기를 개발했습니다. 반면, Majestic Labs는 메모리 연결 거리를 1미터(m)까지 확장하면서도 높은 대역폭을 유지하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이들은 고가의 HBM(고대역폭 메모리) 대신 범용 DRAM을 활용해 비용 효율성도 높였습니다. 한편, 엔비디아와 AWS는 기존 GPU나 트레이니움(Trainium)을 버리는 대신, 프리필(prefill)의 병렬 연산과 디코드의 메모리 요구 사항에 맞춰 이종 칩을 결합하는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엔비디아는 그록(Groq)의 지식재산과 인력을 확보해 메모리 대역폭이 GPU의 7배에 달하는 그록 3 LPU(언어 처리 장치)를 공개했으며, AWS는 세레브라스(Cerebras)의 웨이퍼 스케일 엔진(WSE-3)과 트레이니움을 결합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하드웨어 혁신은 단순히 성능 향상을 넘어 AI 서비스의 접근성과 경제성을 크게 개선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추론 비용이 낮아지고 효율성이 높아지면, 더 많은 기업과 개발자가 복잡한 AI 모델을 실제 제품과 서비스에 쉽게 통합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24시간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AI 에이전트의 확산은 장기적으로 하드웨어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AI 기술이 특정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닌, 다양한 규모의 기업과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도구가 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마치 CPU가 여러 축에서 혁신하며 발전해 온 것처럼, AI 추론 하드웨어 역시 다양한 기술적 접근 방식이 공존하며 폭넓은 혁신의 역사를 써나갈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