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디자인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로 자리매김한 피그마(Figma)가 새로운 전환점에 섰습니다. 브라우저 기반의 멀티플레이어 협업 환경을 제공하며 파편화된 디자인 워크플로우를 통합했던 피그마는, 이제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디자인과 코드 간의 간극이 좁혀지는 시대에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피그마의 첫 성공은 브라우저를 활용한 크로스 플랫폼 접근성, 성능, 그리고 실시간 멀티플레이어 협업이라는 기술적 혁신에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 엔지니어, 프로덕트 매니저가 한 공간에서 시각적 의도를 공유하고 비평하며, 핸드오프(handoff) 과정을 효율화했습니다. 그러나 캔버스는 여전히 '표현(representation)'일 뿐, 실제 제품은 코드에 존재합니다. AI가 디자인 시스템, API, 패턴을 직접 코드로 해석하는 '디자인-투-코드(Design-to-code)'를 가속화하면서, 이제는 단순히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것을 넘어 '올바른 인터페이스를 조직이 신뢰할 방식으로 만들 수 있는가'라는 조정(coordination) 문제가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피그마는 현재 캔버스 확장을 통해 더 많은 작업과 산출물을 자사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모든 것을 캔버스로'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혁신가의 딜레마(Incumbent's Dilemma)'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과거 스케치(Sketch)를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더 나은 디자인 도구가 아니라 '작업을 위한 다른 환경'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AI 시대에는 라이브 소프트웨어를 직접 편집, 점검, 배포할 수 있는 브라우저 기반 제품 환경이나 공간적 협업이 가미된 통합 개발 환경(IDE)이 더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결국 피그마는 세 가지 경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첫째, 캔버스를 계속 확장하는 '방어적 경로'입니다. 둘째, 캔버스를 코드 인식적이고 상호작용적으로 만들어 워크플로우를 개선하는 '전환적 경로'입니다. 셋째, 캔버스가 진실의 중심이 아님을 받아들이고, 코드, 제품 맥락, 디자인 시스템, 라이브 동작을 실제 작업으로 취급하며 캔버스를 시각적 추론을 위한 '뷰(view)'로 삼는 '피벗 경로'입니다. 멀티플레이어 디자인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AI 시대에는 코드에 훨씬 가깝게 생성, 수정, 검토, 출시될 수 있는 작업이 어디에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