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인터넷의 현관 역할을 해온 검색창의 문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키워드를 입력하고 파란 링크 목록에서 답을 찾는 방식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 직접 질문에 답하고 나아가 사용자의 행동까지 유도하는 '에이전틱 검색(Agentic Search)'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최근 네이버가 대화형 AI 검색 'AI탭'을 정식 출시하며 모바일 첫 화면의 상징이었던 '그린닷'을 AI탭 중심으로 재편한 것은 이러한 변화의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네이버는 AI탭에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검색 특화 경량 모델인 '프로덕트 네이티브 LLM(대규모 언어모델)'을 적용했습니다. 이는 모든 벤치마크에서 이기는 범용 모델보다는 사용자가 검색하고 구매하는 순간에 가장 잘 작동하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전략입니다. 베타 출시 두 달 만에 누적 이용자 400만 명을 넘기고, AI탭을 11회 이상 사용한 이용자가 상품과 장소를 2~2.7배 더 클릭하는 등 긍정적인 초기 성과를 보였습니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정보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쇼핑, 예약, 방문 등 실제 행동까지 연결하려 합니다. 과거 '가두리 양식장'이라 비판받던 네이버의 폐쇄적인 생태계가 이제는 검색, 쇼핑, 플레이스, 예약, 결제가 한 지붕 아래 통합되어 AI 에이전트가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잘 정비된 성곽'이 된 셈입니다. 하반기에는 부동산 매물 추천, 건강 에이전트, 웨일 브라우저 탑재 등 생활 전반으로 AI 에이전트의 영역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구글의 접근 방식은 네이버와 결이 다릅니다. 2025년 9월 한국에 상륙할 'AI 모드'는 이미 글로벌 월간 이용자 10억 명을 넘어섰으며, 구글은 올해 I/O에서 25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검색창 개편과 함께 백그라운드에서 상시 작동하며 정보를 물어다 주는 '정보 에이전트'를 발표했습니다. 구글 역시 지도, 쇼핑, 개인화 등 자사 생태계를 촘촘히 결합하고 있지만, 네이버가 생활 거래의 동선을 장악하려 한다면 구글은 '웹'이라는 무한한 정보의 영토를 장악하려 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한편, 챗GPT(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이미 많은 이들의 사실상 첫 번째 검색창이 되었으며, 퍼플렉시티(Perplexity), 뤼튼(Wrtn), 라이너(Liner) 등 태생부터 AI 검색으로 시작한 서비스들도 빠르게 성장하며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콘텐츠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검색창이 대화창으로 바뀌면서 링크를 타고 외부로 나가던 트래픽이 AI 답변 안에서 소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는 블로그, 카페, 언론 등 검색 유입으로 지탱되던 창작자들에게 구조적인 재편을 요구합니다. 네이버가 AI탭 출시 전후로 콘텐츠·창작자 생태계에 5년간 1조 원 투자를 약속한 것은 이러한 불안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답변이 흔해지는 곳에는 광고가 따라붙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므로, 네이버는 AI 브리핑 영역을 활용한 AI 광고 상품을 공개했고 챗GPT 역시 답변 주변에 광고를 배치하는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검색창의 형태는 바뀌어도 검색 광고라는 비즈니스 모델은 새로운 형태로 계속될 것입니다.
결국 검색창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질문'입니다. 키워드를 고르고 링크를 헤집던 수고가 줄어들면서, 사용자에게는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아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답은 흔해지고 질문은 귀해지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누가 답을 만들고, 누구의 글이 AI 답변의 재료가 되며, 그 답 위에 어떤 광고가 붙는지를 지켜보는 책임 또한 이용자와 창작자에게 더 무겁게 남겨질 것입니다. 새로운 현관이 지어졌지만, 그 문을 통과하는 길은 이전보다 좁고 깊어진 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