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기술(Legal Tech) 분야에 대한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그 자금은 시장 전체에 고르게 분배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AI 기반 법률 소프트웨어 투자는 주로 원고(plaintiff-side) 측 서비스에 집중되어 왔습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보고서에 따르면 법률 업무의 44%가 자동화될 수 있다고 추정되며, 이러한 기대감 속에 원고 측 법률 AI는 이미 벤처 투자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븐업(EvenUp, 3.7억 달러), 이브(Eve, 1.64억 달러), 수피오(Supio, 8,500만 달러), 대로우(Darrow, 6,300만 달러) 등 원고 측 법률 AI 기업들은 총 6.82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유치했습니다. 이는 법률 AI 분야 전체 공개 투자액의 약 71%를 차지하는 수치입니다. 원고 측 법률 서비스는 고객 유치, 사건 평가, 의료 기록 검토, 손해배상 청구서 작성 등 비교적 표준화된 업무 흐름을 가지고 있어 AI 자동화에 유리하며, 이는 투자자들이 해당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쉽게 이해하고 자금을 투입하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반면, 피고(defense-side) 측 법률 시장은 여전히 미개발 상태로 남아있으며, 다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기업 법무팀과 대량의 소송 방어 업무를 처리하는 로펌들은 파편화된 시스템, 스프레드시트, 이메일 기반의 비효율적인 협업 방식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수백, 수천 건의 소송을 동시에 진행하는 기업들은 소송 관리를 소프트웨어 기반이 아닌 서비스 기능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소매업, 보험사, 헬스케어 시스템, 금융 서비스 기업 등은 대규모 소송 포트폴리오를 관리하지만, 사건 위험, 합의 패턴, 법률 비용, 외부 변호사 성과에 대한 통합적인 시야가 부족합니다. 피고 측 법률 AI가 뒤처진 구조적인 이유는 산업, 사건 유형, 규제 환경에 따라 워크플로우가 매우 다양하여 원고 측보다 표준화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구매 결정이 법무 총괄, 법무 운영팀, 외부 변호사 관계를 통해 이루어져 판매 주기가 길다는 점도 투자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원고 측 기업들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소송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면서, 피고 측 팀에 대한 운영 압박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AI 기술 발전은 복잡한 소송 워크플로우를 시스템화하여 유사 사건을 비교하고,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며, 포트폴리오 전반의 결과를 벤치마킹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피고 측 소송 AI가 더 이상 틈새시장이 아니라, 광범위한 법률 소프트웨어 시장의 미개발 영역으로 보이게 합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이는 주목할 만한 비대칭성입니다. 측정 가능한 고충(pain point)이 있고, 기술적 실현 가능성이 향상되며, 아직 확고한 시장 선두 주자가 없는 대규모 기업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과거 합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유사 사건의 합의 범위, 법률 비용, 사건 위험을 추정하는 '노출 및 합의 벤치마킹' 접근 방식이 유망합니다. 관할권, 원고 로펌, 청구 유형 등 다양한 변수를 비교하여 사내 팀이 더 빠르고 일관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 분야에서 성공적인 플랫폼은 독점적인 결과 데이터를 축적하여 해자(moat)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피고 측의 합의 세부 정보, 사건 경제성, 해결 패턴 등은 공개 기록만으로는 재구성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고객 데이터를 통합하고 정규화하는 플랫폼은 규모가 커질수록 유용해지는 데이터 자산을 구축할 수 있으며, 이는 수직적 소프트웨어(vertical software)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강력한 경쟁 우위가 될 수 있습니다. 아직 피고 측 소송 인텔리전스 분야에는 명확하고 규모 있는 벤처 지원을 받는 승자가 없습니다. 이는 법률 AI의 다음 성공적인 기업이 이미 많은 자본을 유치한 원고 측 워크플로우가 아닌, 아직 소프트웨어 스택이 형성 중인 대규모 기업 카테고리에서 나올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