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벤처투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의 불균형과 병목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2026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을 통해 대규모 투자의 AI(인공지능)·딥테크(첨단기술) 쏠림, 한국계 창업자들의 미국 창업 증가, 그리고 취약한 회수 시장 등 핵심 문제들을 지적하며 12가지 정책·입법 과제를 국회에 제안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발표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는 8조 8,676억 원으로 전년 대비 54.3%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집계에 따르면 100억 원 이상 대규모 투자의 93%가 AI·딥테크 분야에 집중되었고, 초기 기업 투자가 늘었음에도 AI, 반도체, 로보틱스 등 딥테크 스타트업의 대형 투자 유치가 주를 이뤘습니다. 특히, 폐업한 스타트업의 92%가 시드(seed) 또는 시리즈A(Series A) 단계에서 마지막 투자를 받았으며, 이 중 약 69%는 시리즈A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폐업하는 등 초기 스타트업의 후속 투자 단절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한국계 창업자들의 미국 창업이 증가하는 추세도 주목할 만합니다. 2026년 4월 기준 미국에 본사를 둔 한국계 스타트업은 193개사에 달하며, 이 중 66%가 프리시드(pre-seed)·시드 단계에서 미국을 선택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성장 후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 '플립(flip)'을 넘어,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과 투자자, 인재 네트워크에 접근하기 위해 미국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현행 국내 지원 제도는 창업자 지분 희석 등 스타트업의 일반적인 성장 경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해외 진출 기업을 국내 생태계와 연결하는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원체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회수 시장 역시 투자 규모 확대에 비해 M&A(인수합병) 등 다양한 경로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벤처캐피탈 회수 유형 중 매각이 47.3%를 차지하지만, 이는 구주 매각 등을 포함한 수치로 M&A 시장 활성화로 보기 어렵습니다. 국내 M&A 시장은 정보, 중개, 가치평가 등 인프라가 취약하여 IPO(기업공개)에 편중된 회수 구조를 보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초기·성장·회수 단계를 하나의 자본순환 구조로 보고, 세컨더리 시장과 M&A, IPO 등 회수 경로를 넓혀 회수된 투자금이 다시 초기 스타트업으로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AI 규율 정합성 확보, AI 학습데이터 활용을 위한 개인정보·저작권 제도 정비, 플랫폼 규제 입법 재검토 등 8대 핵심 정책 과제와 4대 산업별 규제혁신 과제를 제시하며, 기업 규모와 실제 위험에 비례하는 제도 설계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