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분야에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며 스타트업 투자 지형이 크게 변화하는 와중에도, 바이오텍(biotech) 분야는 흔치 않게 꾸준한 투자 흐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전 세계 바이오텍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36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 사이를 맴돌았으며, 2026년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크런치베이스(Crunchbase) 데이터는 전망합니다. 전체 벤처 투자가 상반기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바이오텍 투자가 크게 늘지 않은 것은, 대부분의 자금이 소수의 생성형 AI 거대 기업에 집중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바이오텍은 남은 투자 자금 중 상당 부분을 확보하며 견조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AI와 바이오텍의 교차점에 있는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받았습니다. 올해 현재까지 AI 중심 바이오텍에 60억 달러 이상이 투자되었는데, 이 중 가장 큰 규모는 런던 기반의 아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가 유치한 21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투자였습니다. 이 회사는 AI 기반 신약 설계 및 개발을 표방합니다. 단백질 치료제 개발을 위한 AI 플랫폼을 개발하는 델라웨어 기반의 에아렌딜 랩스(Earendil Labs)는 7억 8,700만 달러를 유치하며 두 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이 외에도 샌프란시스코의 차이 디스커버리(Chai Discovery)가 4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하는 등 AI 기반 신약 개발 스타트업들이 활발한 투자를 받았습니다. 물론 모든 대규모 투자가 AI 중심은 아니었는데, 노화된 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의약품 개발에 집중하는 뉴리밋(NewLimit)은 4억 3,500만 달러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바이오텍 분야는 여전히 초기 단계 투자가 활발하며, 기업공개(IPO)를 통한 회수(exit)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투자 라운드의 절반 이상이 시드(seed) 및 초기 단계에 집중되었는데, 이는 이전에도 나타났던 패턴입니다. 후기 단계 바이오텍들은 시리즈 B 또는 C 이후 추가 벤처 라운드 대신 상장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만 치료제나 통증 관리와 같은 인기 분야에서는 기업들이 비교적 빠른 시점에 상장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비만 치료제 개발사인 카일레라 테라퓨틱스(Kailera Therapeutics)는 시리즈 B 투자 유치 6개월 만에 상장했으며, 개인 맞춤형 의약품 스타트업 카디건(Kardigan)과 만성 통증 치료제 개발사 라티고 바이오테라퓨틱스(Latigo Biotherapeutics)도 비슷한 궤적을 보였습니다. 또한 10년 이상 된 암 치료제 개발사 파라빌리스 메디슨즈(Parabilis Medicines)는 올해 가장 큰 규모의 바이오텍 IPO를 기록했습니다. 인수합병(M&A)을 통한 회수도 활발하여, 크런치베이스 데이터에 따르면 최소 12개 기업이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로 매각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크런치베이스 데이터는 올해 바이오텍 투자가 건전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AI 투자 열풍에 비하면 다소 차분해 보일 수 있지만, AI와 바이오텍의 융합 분야에 대한 투자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 바이오텍 전반에 걸쳐 더 큰 활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바이오텍 산업이 혁신적인 기술과 꾸준한 수요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