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화이트보드 협업 툴 미로(Miro)가 이탈리아 소프트웨어 기업 벤딩 스푼즈(Bending Spoons)에 13억 6천만 달러(현금 기준)에 인수될 예정입니다. 이는 2021년 말 175억 달러(약 24조 원)에 달했던 기업 가치와 비교하면 90% 이상 폭락한 금액으로, 한때 뜨거웠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시장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2011년 리얼타임보드(RealtimeBoard)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미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원격 근무가 확산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했습니다. 물리적 화이트보드 협업 경험을 온라인으로 재현하려는 기업들의 수요에 힘입어, 2년 만에 사용자 수가 500만 명에서 3천만 명으로 급증하고 유료 고객 기반은 550% 확장되었습니다. 250개 이상의 앱과 연동하고 아틀라시안(Atlassian), 시스코(Cisco),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줌(Zoom) 등 주요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AI 혁신 워크스페이스'로 진화, AI 비서, AI 워크플로우, 프로토타이핑 툴 등을 제공했습니다. 현재 미로는 1억 명 이상의 총 사용자 수와 400만 명 이상의 유료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반복 매출(ARR)은 약 6억 달러에 달하고 흑자를 기록 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로의 기업 가치가 급락한 것은 2021년 정점을 찍었던 SaaS 기업들의 멀티플(기업 가치 평가 배수)이 크게 조정되었기 때문입니다. 팬데믹 특수가 사라지면서 기업들은 중복 앱과 라이선스 지출을 줄였고, 미로는 칸바(Canva), 피그마(Figma), 마이크로소프트 등 자금력이 훨씬 풍부한 경쟁자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기업들이 개별 협업 툴보다는 통합 스위트 제품을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미로는 두 차례의 인력 감축을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인수는 벤딩 스푼즈가 에어테이블(Airtable)에 이어 또다시 한때 고평가되었던 유망 SaaS 기업을 저렴한 가격에 인수하는 사례로, 시장의 변화에 따라 성숙했지만 여전히 견고한 매출을 내는 기업들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