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Kioxia)를 상대로 HBM(고대역폭 메모리) 및 3D 낸드(NAND) 관련 특허 분쟁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이 분쟁은 모놀리식 3D(Monolithic 3D, 이하 M3D)가 제기한 것으로, 인공지능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HBM과 고집적 메모리인 3D 낸드가 대상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ITC의 조사 개시가 특허 침해를 인정한 것은 아니며, 실제 판단에는 여러 쟁점이 남아 있습니다.
이번 분쟁에서 주목할 점은 M3D가 HBM이라는 특정 제품을 처음부터 목표로 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M3D는 2009년 NuPGA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어 FPGA(프로그래머블 로직)의 집적도와 효율 개선을 연구하며 3D 반도체 구현에 집중했습니다. 초기 특허(미국 특허 제8,384,426호)는 프로그래머블 로직에 중점을 두었지만, 명세서에는 이미 메모리 다이와 입출력 다이를 TSV(실리콘 관통 전극)로 연결하는 3D 시스템 개념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후 2010년에는 회사 이름을 MonolithIC 3D로 변경하고, 복수의 얇은 DRAM 다이를 TSV로 연결하는 적층 DRAM 구조(2010년 출원 미국 특허출원 제12/706,520호) 등 현재 HBM의 물리적 구성과 유사한 기술을 구체화했습니다. 이들은 HBM 시장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3D 반도체 전반의 기술적 구상을 명세서에 담아냈습니다.
M3D는 미국의 계속출원(Continuation Application, CA)과 일부계속출원(Continuation-in-Part Application, CIP)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초기 출원의 넓은 기술적 기반을 바탕으로 후속 권리를 지속적으로 확보했습니다. 초기 명세서에 기재된 수직 적층, TSV, 로직과 메모리 분리 등의 기술 축을 여러 후속 출원으로 이어가며, 메모리 제어회로, 본딩, 층간 연결 등 실제 제품 구현에 필요한 구체적인 제조 방식과 회로 구조를 추가하고 구체화했습니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M3D는 하나의 원천 특허에 의존하기보다, 3D 반도체 기술 발전 과정에 맞춰 여러 특허를 연결하며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고 확장해 나갔습니다.
M3D의 사례는 하나의 연구 방향이 시장과 기술 변화에 따라 어떻게 여러 출원 계보로 분화되고 결합되며 장기간의 특허 포트폴리오로 발전하는지를 보여줍니다. HBM과 3D 낸드 역시 다수의 기업과 연구기관이 오랜 기간 축적한 여러 기술이 결합된 제품입니다. M3D는 초기 연구에서 로직과 메모리를 포함한 3D 반도체 시스템 전반을 다루었고, 이후 메모리 적층, 셀 구조, 제어회로, 배선, 본딩 등 실제 구현 기술을 추가하며 HBM 및 3D 낸드 제품과 연결될 수 있는 특허 계보를 발전시켰습니다. 이는 초기 명세서의 폭넓은 기술적 기반과 수년에 걸친 연구 및 출원 전략이 결합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ITC 분쟁의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M3D의 특허 계보는 특허 전략의 중요성을 시사합니다. 단순히 하나의 핵심 아이디어를 특허 출원하는 것을 넘어, 연구개발의 변화와 시장의 요구에 맞춰 후속 권리를 지속적으로 연결하고 구체화하는 전략이 장기적으로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교훈을 줍니다. 이는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반도체 산업에서 기업들이 특허를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기술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