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몬트주가 가정용 배터리를 활용한 가상발전소(VPP, Virtual Power Plant)를 통해 전력 시스템의 혁신을 이끌고 있습니다. 버몬트 최대 전력회사 그린 마운틴 파워(GMP, Green Mountain Power)는 5,500가구 이상의 가정용 배터리와 분산 에너지 자원을 연결하여 약 110MW 규모의 가상발전소를 운영 중이며, 이는 주(州) 내 최대 전력 공급원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가정은 월 55달러에 배터리 두 대를 임대하여 정전 시 비상 전력을 확보하고, GMP는 고객의 비상 전력을 남겨둔 채 필요할 때 배터리를 전력망에 활용합니다.
가상발전소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가정용 배터리, 태양광, 전기차, 수요 반응 등을 통합 관리하여 전력 수요가 집중될 때 기존 발전소의 부담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GMP는 이 시스템을 통해 피크 발전소(peaker plant)를 사실상 대체하고 노후 설비를 순차적으로 폐쇄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고객들이 1,10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버몬트주는 최근 수십 년간 극한 기상 현상 증가로 잦은 정전을 겪어왔으며, 2023년 홍수는 기록상 최악의 피해를 남겼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가정용 배터리 프로그램은 정전 대비책으로서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실제로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인근 지역이 정전될 때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은 미래 전력망의 중요한 형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가상발전소는 전력회사가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하는 대신, 일반 참여자로부터 전력망 서비스를 구매하고 대가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이는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피크 발전소 건설 필요성을 줄여 비용 절감과 환경 보호에 기여합니다. 미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는 가상발전소가 2030년까지 미국에서 연간 100억 달러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고 추산하며, 2030년까지 미국 예상 최대 전력 수요의 약 20%에 해당하는 160GW 규모의 가상발전소 용량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전력회사의 수익 구조, 고객 모집 비용, 도매시장 통합 문제 등은 미국 전역으로의 확대를 가로막는 주요 걸림돌로 지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