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지식 노동자들에게 단순한 업무 자동화를 넘어선 깊은 실존적 불안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보고서 작성부터 사업 전략 수립까지 AI 에이전트가 처리하면서, 인간의 기여가 불분명해지고 업무에서 얻던 성취감과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직장에서 삶의 의미와 정체성을 찾던 '워크이즘(Workism)'이라는 현대 사회 현상에 근본적인 도전을 던지고 있습니다.
과거 고학력·고소득 노동자들은 종교가 주던 성취감과 공동체 의식을 직장에서 찾으며 '워크이즘'에 깊이 의존해왔습니다. 그러나 AI가 실제 업무를 대신하면서, 인간의 사고, 협업, 창의성이 부여했던 결과물의 생명력이 사라지고 자신이 필요하다는 감각마저 흔들리고 있습니다. 많은 지식 노동자들이 도예, 그림, 뜨개질 같은 아날로그 취미에 몰두하거나, 심지어는 도시를 떠나 농장 생활을 꿈꾸는 등 업무 외적인 활동에서 '무언가를 실제로 하고 싶다'는 욕구를 해소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는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동기 저하, 업무와의 거리감, 미래에 대한 걱정 등과 함께 나타나는 심각한 현상입니다.
AI는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접 경험이 표상으로 대체되는 '스펙터클(Spectacle)'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지식 노동의 '지저분한 중간 과정'은 비효율이 아니라 창의성과 직장 경험의 기반이며, 인간관계와 협업 과정이 업무를 가치 있게 만듭니다. 그러나 AI 도입으로 이 과정이 제거되면, 협업과 탐색을 중시하는 '경험 우선형' 인재들이 조직을 떠나고, 기업은 단기적 효율을 얻는 대신 장기적으로 조직의 결속력과 혁신 동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기업은 모든 업무를 자동화하기보다 사람이 직접 문제를 풀고 일부 작업을 끝까지 맡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지식 노동자들은 직업적 성공이라는 '스펙터클'에서 벗어나 관계와 공동체에 대한 실제 기여에서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AI 시대에도 인간적인 일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동료와 직접 소통하고, 탐색과 우회를 거치는 전통적인 작업 방식을 존중하며, 업무의 진정한 가치를 되새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조카를 위한 뜨개질 모자처럼 작고 구체적인 행동에서 시작되는 '진정한 이타성'이 워키즘이 남긴 의미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