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과 일본 등 주요국이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발행과 활용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지만, 한국은 관련 규제 마련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홍콩은 이미 홍콩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소매 결제에 사용되기 시작했고, 일본은 비은행 사업자를 포함한 다양한 발행 경로를 열어 엔화 스테이블코인이 활발히 유통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라는 두 가지 쟁점에 발목이 잡혀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 제출조차 지연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는 크게 두 가지 쟁점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문제입니다. 한국은행(BOK)은 은행이 과반 지분을 가진 컨소시엄에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일부 국회의원들은 안정성이 은행 발행 여부에만 달린 것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둘째는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으로, 금융위원회(FSC)가 추진하는 이 방안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의견과 맞서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율촌의 김태연 변호사는 이 두 쟁점이 하나의 법안에 묶여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까지 지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해외 주요국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홍콩은 2025년 8월 스테이블코인 조례 시행을 앞두고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 주도 합작사에 첫 발행 인가를 내줬으며, HSBC는 지난 10월 홍콩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레드코인(RCHKD)'을 자사 간편결제 앱 '페이미(PayMe)'를 통해 출시했습니다. 일본은 2023년 6월 개정 자금결제법을 통해 은행, 자금이동업자, 신탁회사 등 세 갈래 발행 경로를 열어 비은행 핀테크 기업인 JPYC가 이미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 중이며, 주요 은행들도 발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비은행 발행을 허용하는 스테이블코인법 시행을 앞두고 세칙을 확정하는 등 규제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해외 주요국들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활용을 위한 구체적인 단계를 밟아가는 동안, 한국은 1년 넘게 발행 주체와 요건을 둘러싼 논의만 이어가고 있습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입법 지연은 국내 금융기업들의 관련 사업 준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나금융을 비롯한 여러 은행과 카드사들이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송금 서비스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지만, 발행 근거가 없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또한, 가상자산 과세 시행 여부도 불확실해지면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제 지연은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기반의 효율적인 결제 및 송금 수단으로 각광받으며, 웹3(Web3)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주요국들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선점하고 관련 기술 및 서비스를 발전시키는 동안, 한국은 법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혁신적인 시도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와 함께, 잠재적인 디지털 경제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신속하고 명확한 규제 마련이 시급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