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술 업계에서 '블랙 필(Black Pill)'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세상이 이미 조작되어 있어 개인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허무주의, 우울, 분노가 결합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특히 기술자들 사이에서 이러한 블랙 필은 자신의 선택권과 컴퓨터를 변화시킬 힘마저 포기하게 만드는 위험한 태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의 품질 저하가 기술 부족 때문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오히려 경영진의 사업적 우선순위와 엔지니어의 협상력에 따라 품질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영진이 품질 개선을 거부할 때, 개발자들은 '허락보다 용서 구하기', '비밀 작업', '주의 돌리기', '의도적 결함' 같은 '선의의 불복종' 방식으로 대응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광고, 알림, A/B 테스트, 추천 알고리듬(recommendation algorithm),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다크 패턴(dark pattern), 무한 스크롤(infinite scroll) 등은 사용자를 섬기기보다 행동을 통제하는 '강압 소프트웨어(coercionware)'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강압 소프트웨어는 사용자의 주도권을 약화시키고, 심지어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사례처럼 사회적 조작의 통로로 악용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자들은 '내가 안 해도 누군가 한다'는 식의 윤리 포기나, AI를 싫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한다는 '방어적 패배주의'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는 중앙화된 권력에 집단적 주도권을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하지만 컴퓨터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선택권이 있습니다. 사용자를 통제하는 대신 진정으로 섬기는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고, 기술의 본질인 '약한 신호로 강한 힘을 통제하는' 원리를 사용자 이익을 위해 활용해야 합니다. 아시모프(Asimov)의 로봇 3원칙처럼 기계는 인간을 해치지 않고, 인간의 명령을 따르며, 궁극적으로 인간을 섬겨야 한다는 이상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술자들은 블랙 필의 절망에 빠지지 않고, 사용자 중심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주도적인 노력을 통해 더 나은 소프트웨어 세상을 만들어갈 책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