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달 사이 국내 언론사 메일함에 해외 스타트업과 개발자들이 보낸 한국어 보도자료가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특히 10월에는 그 수가 30건을 넘어서며, 윈도우(Windows)용 API 키 보관 프로그램 개발사부터 AI 캐릭터 영상통화 앱 창업자까지 다양한 주체들이 한국 시장과의 직접적인 연관성 없이 제품 기능과 요금제를 소개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해외 기업의 한국 진출 발표와는 다른 새로운 PR(Public Relations) 흐름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AI 기반 PR 테크 기업들의 등장이 있습니다. 프로펠(Propel)과 먹랙(Muck Rack) 같은 회사들은 AI를 활용해 보도자료 작성, 번역, 관련 기자 검색, 수신자별 맞춤 문구 조정, 발송 시점 추천까지 PR 업무 전반을 자동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프로펠의 AI는 50만 명의 기자 프로필과 2,500만 건의 피치 메일 데이터를 학습하여 'AI 스타트업 출시 소식을 보낼 기자 100명을 찾아 맞춤형 메일 초안을 만들고, 열람 확률이 높은 시간에 발송하라'는 명령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먹랙의 '미디어 리스트 에이전트'는 보도자료 내용을 분석해 최대 50명의 기자를 추천하며, 이를 통해 피치 열람 및 클릭 지표가 10% 개선되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도구들은 1인 개발사나 소규모 스튜디오도 전담 PR 인력 없이 저비용으로 여러 국가의 언론에 자료를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곧바로 기사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시전(Cision)과 먹랙의 조사에 따르면, 기자들은 PR 콘텐츠를 기사 아이디어의 주요 출처로 삼지만, 동시에 받는 피치의 70% 이상이 자신의 취재 분야와 관련이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또한, AI가 작성한 글의 질이 낮고 개인화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AI 활용에 반대하는 기자들도 절반 이상입니다. 국내 언론사 역시 한국 시장과의 접점, 독자적인 기술, 산업적 의미를 제보 내용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워 해외 제품 소개 메일을 기사화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홍보의 생산과 배포가 쉬워졌다고 해서 개별 보도자료의 뉴스 가치가 자동으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보도자료 홍수 속에서 기자들의 선별 기준이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결론적으로 AI 기반 PR 도구는 해외 스타트업의 글로벌 언론 접근성을 혁신적으로 높였지만, 뉴스 가치 발굴과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단순 배포를 넘어 '왜 이 이야기가 뉴스가 되어야 하는지'를 설득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진 것입니다. 이는 PR 에이전시들에게는 단순 배포 역량보다 뉴스 가치 발굴, 의제 설정, 미디어 관계를 아우르는 전략적 역량에서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언론사에게는 늘어나는 정보 속에서 가치 있는 콘텐츠를 선별하는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