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 스티브 잡스의 넥스트(NeXT) 컴퓨터에서 구동된 로터스 임프루브(Lotus Improv)는 오늘날 스프레드시트의 표준과는 다른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선보였습니다. 이 소프트웨어는 단순히 셀 주소(예: A1, B2)를 참조하는 대신, '월(Months)'이나 '일(Days)'과 같은 의미 있는 범주(category)와 항목(item)으로 데이터를 모델링했습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데이터와 수식, 그리고 화면 구성을 명확히 분리하여 복잡한 데이터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조작할 수 있었습니다.
임프루브는 모든 수식을 하단의 '수식 패널(Formula Panel)'에 모아 관리했으며, 특정 셀이 아닌 전체 범주에 수식을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December = January * 2'와 같은 수식 하나로 12월 전체의 값을 1월 값의 두 배로 설정할 수 있었죠. 또한, 'THIS', 'PREV', 'NEXT'와 같은 키워드로 상대적인 항목을 참조할 수 있어 수식 복사나 절대/상대 참조 조정의 번거로움을 없앴습니다. 특히, 이름 충돌이나 수식 중복이 발생하면 사용자에게 명확히 알려 해결하도록 유도했는데, 이는 기존 수식을 조용히 덮어쓰는 것보다 문제를 명확히 인식시키는 장점으로 평가받았습니다. 현대 스프레드시트의 핵심 기능인 피벗 테이블(pivot table)의 초기 형태를 제시하며, 어느 뷰에서든 원본 데이터를 직접 수정할 수 있는 '직접 조작 방식'을 구현한 점도 특징입니다.
비록 임프루브는 상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컴퓨팅 역사에 중요한 유산으로 남았습니다. 넥스트는 임프루브를 통해 자사 시스템 구매를 정당화할 독점 소프트웨어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임프루브의 다차원 데이터 모델링, 자연어에 가까운 수식, 자유로운 데이터 뷰 재배치 방식은 이후 macOS와 iOS로 이어진 넥스트스텝(NeXTSTEP) 개발 환경과 함께 현대 스프레드시트 전반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임프루브의 피벗 방식은 현대 스프레드시트의 피벗 테이블 개념에 영감을 주었으나, 현대 제품들이 원본과 분리된 데이터 스냅샷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임프루브는 어느 뷰에서든 원본 데이터를 직접 수정할 수 있는 '직접 조작' 방식을 고수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엄격한 다차원 모델링은 복잡한 데이터 관계를 명확히 보여주지만, 비정형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범용 스프레드시트의 유연성을 제한하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