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가 지난 수십 년간 추구해 온 '편리함'이 과연 우리 삶에 긍정적인 영향만 미쳤을까요? 작가이자 디자이너, 학자인 이안 보고스트(Ian Bogost)는 신간 '작은 것들(The Small Stuff)'에서 기술 발전이 우리 일상에서 감각적 경험을 어떻게 약화시켰는지 날카롭게 질문합니다. 그는 자동 변속기 차량의 확산과 전기차의 등장이 수동 변속기(stick shift) 운전의 즐거움을 사라지게 한 것처럼, 과도한 편리함이 일상생활의 '질감(texture)'을 앗아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보고스트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비물질화(dematerialization)'라고 설명합니다. 이는 자동차, 문, 심지어 화장실과 같은 일상적인 요소들이 자동화되면서 우리가 물리적 세계와 단절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공항 화장실에서 센서가 자동으로 물을 내리고 비누를 토출하며 손 건조기가 작동하는 것은 편리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직접 조작하고 감각적으로 인지하는 경험을 빼앗아 갑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술뿐 아니라 효율성, 경제성, 규제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가속화되었으며, 우리는 이러한 '진보'의 이면에 숨겨진 중요한 가치들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 그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그는 이러한 비물질화가 때로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도 했지만, 동시에 우리가 물질 세계와 접촉하며 얻는 만족감(gratification)을 희생시켰다고 지적합니다. 보고스트 교수는 거대한 사회 구조적 문제 해결을 기다리기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 속 '작은 것들'에서 감각적 경험과 의미를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실리콘밸리가 단순히 더 편리한 기술을 만드는 것을 넘어, 인간의 본질적인 경험과 감각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시사하며, 기술이 우리 삶의 '질감'을 풍요롭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