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가 가져온 끊임없는 연결과 정보 과부하에 지친 현대인들 사이에서 '슬로우테크(Slowtech)'라는 새로운 흐름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20년 전 출시된 아이팟 셔플(iPod Shuffle) 광고가 뉴욕 지하철에 다시 등장하고, 스크린 타임(screen time)을 줄여주는 앱들이 인기를 끄는 등, 의도적으로 디지털 마찰(friction)을 받아들이며 삶의 통제권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아이팟(iPod)의 아버지 토니 파델(Tony Fadell)은 뉴욕 지하철에서 '제로 스크린 타임(Zero screen time)'을 내세운 아이팟 셔플 광고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현재는 1억 곡이 넘는 음악을 스마트폰으로 스트리밍하는 시대에, 단순한 셔플 재생만 가능했던 구형 기기가 다시 인기를 끄는 것은 역설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리퍼브(refurbished) IT 기기 마켓플레이스 백마켓(Back Market)의 CMO 조이 하워드(Joy Howard)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선 헤드폰, 레트로 게임 콘솔, 구형 디지털카메라 등 '관심을 독점하지 않는' 경험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최적화와 효율만을 추구하던 '패스트 테크(Fast Tech)'에 대한 피로감의 반증입니다.
모바일 게임 회사 잼댓(JAMDAT)을 공동 설립했던 오스틴 머레이(Austin Murray)는 자신이 만들었던 모바일 기술이 자녀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고 스크린 타임 감소 앱 '모카(MOQA)'를 개발했습니다. 그는 하루 평균 5시간에 달하는 스마트폰 사용은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닌 '제품 디자인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라이트 폰(Light Phone)처럼 미니멀한 터치스크린 기기나 플립폰(flip phone)으로 회귀하는 이들도 있지만, 은행 업무나 신용카드 사용 등 스마트폰이 필수적인 현대 사회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작가 캘빈 카술케(Calvin Kasulke)처럼 오팔(Opal), 프리덤(Freedom)과 같은 스크린 타임 제한 앱을 유료로 구독하며 '덜 멍청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슬로우테크는 단순히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의 관계를 재정의하고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