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페이스X(SpaceX)의 기업공개(IPO)와 오픈AI(OpenAI), 앤트로픽(Anthropic) 등 주요 인공지능(AI) 기업의 상장 가능성이 시장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낙관론 뒤편에는 많은 벤처캐피탈(VC)이 투자 포트폴리오의 높은 장부상 평가액을 실제 현금 분배(DPI, Distributed to Paid-in Capital)로 전환하지 못하는 심각한 유동성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IPO나 M&A를 통한 투자 회수(Exit) 시장이 위축되면서, VC들은 투자금을 회수할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좋은 기업이라면 언젠가 공개시장 투자자, 바이아웃(Buyout) 기업, 전략적 인수자 중 누군가가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건전한 기업조차 IPO나 M&A를 확신할 수 없게 되면서, 단순히 평가액이 높아지는 것만으로는 실제 수익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공개시장에서는 패시브(Passive) 투자의 증가로 대형주에만 자금이 집중되고 중소형 기업의 자연스러운 주식 구매자가 사라졌습니다. 비상장 시장에서도 AI 연구소, 핵심 인프라 기업 등 극소수 초대형 기업에만 자금이 몰리면서, 제품 시장 적합성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들조차 외부 자금 유입에 의존한 유동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는 낮은 DPI 통계와 닫힌 IPO 시장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도 변화해야 합니다. 주식은 더 높은 가격에 팔릴 자산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소유권으로 다시 이해되어야 합니다. 극소수 초대형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은 외부 구매자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현금을 창출하고 자체적인 자본 환원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연간 반복 매출(ARR) 3억 달러, 연간 성장률 25%의 소프트웨어 기업도 자체 현금흐름을 극대화하는 자본 구조를 설계하고, 잉여 현금으로 자사주 매입 같은 자본 환원 프로그램을 실행하여 외부 투자자의 주식 수요와 무관하게 기존 주주에게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VC가 기존 포트폴리오에 '파워 법칙(Power Law)'을 적용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요구합니다. 파워 법칙은 신규 투자 대상을 선택하는 사전 투자 전략으로는 유효하지만, 이미 보유한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실현하는 전략으로는 부적절합니다. 건전한 기업들 안에 묶여 있는 수천억 달러 규모의 가치를 수동적으로 현금화하기는 어렵습니다. VC는 해당 기업이 펀드 전체를 반환할 만큼 크지 않더라도 보유 지분을 현금화하여 LP(출자자), 창업자, 직원에게 의미 있는 분배금을 제공할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자본 배분과 재무 상태표 최적화는 단순히 희석을 줄이거나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는 것을 넘어, 장부상 평가이익을 실제 DPI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