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럽 최대 기술 컨퍼런스 '테크BBQ(TechBBQ)'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의 통제권과 주권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습니다. 유럽 전역의 투자자, 창업가, 운영자들이 모여 AI로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넘어, 누가 AI를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특히 올해 컨퍼런스의 주제인 '주체성에서 발현(Emerging from Agency)'과 맞물려, AI 기술을 움직이는 힘에 대한 유럽의 통제력 확보 방안이 주요 화두였습니다.
이러한 논의는 올해 초 앤트로픽(Anthropic)의 AI 모델인 미토스(Mythos)와 페이블(Fable)이 유럽 외 지역 사용자에게 제공되지 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더욱 불이 붙었습니다. 이 사건은 유럽 생태계 내에서 AI 모델과 기반 인프라를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빌려 쓰는' 대신, 직접 '소유'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 사건으로 소프트웨어 팀 운영에 큰 차질을 겪었다고 토로했으며,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는 괜찮지만 미래에는 지정학적 문제로 인해 유럽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컨퍼런스에서는 시그널(Signal)의 메러디스 휘태커(Meredith Whittaker) 사장이 AI와 프라이버시(privacy) 공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며, AI 비서와 에이전트(agent)가 운영체제에 통합되는 것에 반대했습니다. 그녀는 AI 시대가 거대한 '데이터 수집 장치'를 만들고 있으며, AI 연구소들이 교묘한 마케팅으로 데이터 수집의 '부수적 결과'를 잊게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스테빌리티 AI(Stability AI)의 공동 창업자 이마드 모스타크(Emad Mostaque)는 AI가 결국 모든 국가를 운영하게 될 것이며, AI를 통제하는 자가 국가를 통제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AI 기술의 권력 집중 문제를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유럽은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그 통제권을 둘러싼 지정학적, 윤리적, 경제적 문제에 깊이 천착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술 개발을 넘어, 누가 이 강력한 도구를 소유하고,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며, 그 결과에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AI 시대의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이는 유럽이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AI가 가져올 사회 변화에 대한 주체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