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을 계기로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과 글로벌 빅테크 CEO들의 연쇄 면담 중, 브로드컴(Broadcom) CEO 혹 탄(Hock Tan)이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FuriosaAI)를 한국과의 협력 사례로 언급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이는 천문학적 규모의 대기업 간 협력 발표가 주를 이룬 가운데,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의 이름이 청와대 공식 브리핑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혹 탄 CEO가 퓨리오사AI를 언급한 직접적인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 5월 양사가 발표한 차세대 AI 가속기 공동 개발 전략적 파트너십이 배경으로 짐작됩니다. 퓨리오사AI는 독자적인 텐서축약프로세서(TCP) 기반 3세대 NPU(신경망처리장치)에 브로드컴의 XPU 기술 및 이더넷 스케일업 기술을 결합하여 대규모 AI 추론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이 3세대 칩에는 2나노 공정 기술과 HBM4·HBM4E 고속 메모리, 그리고 고속 칩 간 네트워킹이 적용될 예정입니다. 퓨리오사AI는 이미 2세대 칩 레니게이드(RNGD)를 양산하고 LG AI연구원과 삼성SDS 등 국내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며 실제 인프라 레퍼런스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언급은 브로드컴이 빅테크의 주문형 AI 반도체(ASIC) 설계 및 AI 인프라 네트워킹 시장의 핵심 기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합니다. AI 인프라 경쟁의 초점이 모델 학습 성능을 넘어 실제 서비스 구동에 필수적인 추론(inference) 단계의 비용 및 전력 효율로 확장되면서, 맞춤형 ASIC과 전용 NPU의 가치가 커지고 있습니다. 퓨리오사AI는 이 추론 시장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며 글로벌 공급망 진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정부 또한 퓨리오사AI의 양산 확대와 차세대 칩 개발을 위해 국민성장펀드를 통한 대규모 직접 지분투자를 승인하며 지원에 나섰습니다.
다만, 대통령 면담에서의 언급이나 파트너십 발표만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안정적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및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접근성,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자를 위한 소프트웨어 생태계, 실제 고객 레퍼런스, 대규모 양산을 감당할 자금, 그리고 전력 효율과 총소유비용(TCO)에 대한 제3자 검증 등 글로벌 공급망의 주체가 되기 위한 다양한 요소들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퓨리오사AI가 2028년 상반기로 예정된 3세대 가속기 샘플링을 넘어 실제 양산과 글로벌 고객 확보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