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구 결과, 세계은행이 개발도상국에 지급한 해외 원조금 중 상당 부분이 암호화폐를 통해 유용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93개 수원국에 지급된 2,380억 달러 규모의 세계은행 원조금을 분석한 결과, 원조금 지급 당월에 암호화폐 활동이 급증했다가 빠르게 감소하는 패턴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러한 활동 증가는 주로 익명 지갑과 신규 생성 지갑에서 발생했으며, 조세피난처 거래소뿐만 아니라 일반 거래소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는 2016년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 유출 이후 강화된 자금세탁 규제를 피해 암호화폐가 새로운 수단으로 활용되었을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온체인 비트코인 거래와 지갑 생성 자료, 오프체인 거래소 기록 및 IP 연계 웹 트래픽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전통적인 자금세탁의 3단계(배치, 다층화, 통합)와 일치하는 블록체인 포렌식 패턴을 확인했습니다. 추정되는 유용 규모는 원조금 1달러당 2~6센트 수준으로, 전체 분할 지급 건에서 약 17억~44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특히 운송, 물과 위생, 사회보호, 거버넌스 등 4개 부문에서 유용이 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부문들은 이후에도 세계은행 지원금의 절반을 계속 받아 불이익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연구는 암호화폐가 해외 원조금 유용을 용이하게 할 수 있음을 시사하지만, 동시에 블록체인의 투명한 거래 원장(ledger)이 남기는 포렌식 흔적이 유용된 자금을 탐지하고 회수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이는 암호화폐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익명성과 신속성으로 인해 불법 자금 이동에 악용될 수 있지만, 모든 거래 기록이 영구적으로 남는 특성 덕분에 추적 가능성도 높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발견은 국제 원조 기관과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를 활용한 자금 유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블록체인 포렌식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성을 제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