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문서 형식이 상호 호환되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의 공문서 표준인 아래아한글(HWP) 문서는 다른 프로그램에서 제대로 열리지 않거나 편집이 어려운 문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인 난관을 넘어, 지난 30여 년간 정부 문서에 사용된 저작권 폰트와 그로 인한 법적 제약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폰트가 바뀌면 글자 폭과 줄바꿈이 어긋나 문서 양식이 깨지는데, 특히 공문서의 세밀한 양식은 폰트 하나로도 무너지기 쉽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보기 흉하다'가 아니라 '제대로 편집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특정 소프트웨어에 문서 편집 권리가 묶이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메트릭 호환 폰트(metric-compatible font)'라는 해법이 제시되었습니다. 이는 글자 모양(글리프)은 베끼지 않되, 글자의 '도화지 크기(메트릭)'만 원본 폰트와 동일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폴라리스오피스(Polaris Office)는 이미 이러한 메트릭 호환 폰트 생성기(Polaris MCFG)를 오픈소스로 공개했지만, 국내에서는 폰트 파일이 '프로그램'으로 간주되어 함부로 분석하거나 변형하면 저작권 위반 소지가 있어 실제 활용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는 '호환 목적'의 오픈소스 개발에 대한 법적 안전성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제도가 부재한 실정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KrIGF)이 나섭니다. KrIGF는 인터넷 정책을 정부, 기업, 학계, 시민사회가 함께 논의하는 다중이해관계자 포럼으로, 오는 2026년 7월 2일 열리는 제15회 포럼에서 '공익적 상호운영성을 위한 사전 법적 확신 메커니즘' 세션을 통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HWP 문서의 상호운용성과 보편적 접근성은 인터넷 거버넌스의 핵심 의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오픈소스 개발자, 상용 벤더, 학계, 법률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한국형 사전 법적 확신 메커니즘을 모색하고, 공문서 포맷의 개방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이는 특정 소프트웨어에 종속되지 않고 누구나 공공 정보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공공재의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