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의 한 엔지니어가 가짜 채용 면접에 속아 컴퓨터가 악성코드에 감염되면서 대규모 해킹 사건이 시작되었습니다. 공격자들은 정상적인 구인 플랫폼을 통해 접근하여 몇 주간 면접을 진행한 뒤, 코딩 과제 파일에 악성코드를 숨겨 엔지니어의 시스템에 침투했습니다. 이 침입은 엔지니어의 컴퓨터를 거점으로 삼아 내부 AI 도구 접근 권한을 탈취하고 거래소 시스템 깊숙이 파고들어, 약 6.4억 달러(한화 약 8,700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 탈취라는 역대급 피해로 이어졌습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는 이번 바이낸스 공격이 북한 연계 해킹 조직의 오랜 준비와 수법 진화의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18개월 동안 북한 해커들은 유사한 '전염성 면접(Contagious Interview)' 수법으로 가상자산 개인 지갑, 기업, 블록체인 서비스, 탈중앙화자율조직(DAO) 등을 표적으로 삼아 1,430만 달러 이상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체이널리시스는 이 소규모 공격들이 북한 해커들에게 일종의 '연습 무대' 역할을 했으며, 이를 통해 공격자들은 수법을 정교하게 다듬어 결국 바이낸스 같은 대형 표적을 성공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가짜 면접 수법은 회사 핵심 시스템에 접근 권한을 가진 개발자나 엔지니어를 주된 표적으로 삼습니다. 감염된 컴퓨터를 통해 클라우드 저장소의 가상자산 지갑 개인키나 브라우저 접속 정보까지 탈취하는 사례가 확인되었으며, 심지어 공격자들은 감염된 컴퓨터에 명령을 내리는 통로를 트론(TRON), 앱토스(Aptos) 같은 공개 블록체인의 거래 기록에 숨겨 수사기관의 추적과 차단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사이버 공격이 지난 1년 사이 5배나 증가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기술적인 취약점을 넘어, 사회공학적(social engineering) 해킹 기법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특히 채용이라는 인간적인 약점을 파고드는 북한 해커들의 고도화된 전략은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심각한 보안 위협으로 다가옵니다. 기업들은 채용 절차 전반에 걸친 보안 강화와 직원 대상의 지속적인 보안 교육이 필수적이며, 개인 또한 의심스러운 파일 다운로드나 링크 클릭에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