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채굴 사업자들이 AI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대규모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로 분석됩니다. 디지털자산 운용사 코인셰어스(CoinShares)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회복되더라도 AI 인프라로 방향을 튼 상장 채굴업체들이 채굴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는 15년 이상의 장기 임대 계약, 전력 및 부지의 AI 용도 재배치, 심지어 채굴 장비 주문 취소에 따른 위약금 지불 등 사업 구조 자체가 이미 AI 중심으로 재편되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AI 인프라 사업은 메가와트(MW)당 연간 약 150만 달러의 이익을 창출하는 반면, 비트코인 채굴은 약 50만 달러에 불과해 동일 전력으로 3배 높은 수익성을 보입니다. 채굴업체들은 이미 대규모 전력 연결, 넓은 부지, 냉각 설비, 운영 경험 등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유리한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특히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미 전력이 확보된 기존 채굴장의 가치가 더욱 상승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버지니아 북부의 AI 데이터센터는 MW당 약 2,700만 달러에 거래된 반면, 전력은 연결되었으나 임차인이 없는 일부 채굴 설비는 MW당 300만 달러 이하로 평가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채굴장을 AI 시설로 전환하는 데는 MW당 800만~1,500만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어 채굴 설비 구축 비용의 10배에 달합니다.
이러한 전환은 단순히 수익성 차이뿐 아니라 계약 관계에서도 명확히 드러납니다. 코어사이언티픽(Core Scientific)은 차세대 채굴 장비 공급 계약을 취소하며 4,190만 달러의 위약금을 지불했고, 비트팜스(Bitfarms)에서 사명을 바꾼 킬(Keel)은 모든 채굴을 중단하고 보유 비트코인을 전량 처분할 계획입니다. IREN은 2026년 말까지 AI 전환을 완료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미 AI 클라우드 매출이 채굴 매출을 넘어섰습니다. 테라울프(TeraWulf) 역시 고성능컴퓨팅(HPC) 임대가 매출의 71%를 차지하는 등, 주요 상장 채굴업체들이 채굴 사업에서 손을 떼거나 비중을 대폭 줄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비트코인 네트워크 전체 해시레이트(연산 능력 합계)의 약 4%에 해당하는 채굴 능력이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모든 채굴업체가 AI로 완전히 넘어간 것은 아닙니다. 라이엇(Riot), 마라(MARA), 하이브(HIVE), 비트디어(Bitdeer) 등 일부 업체는 전력 및 부지 계약에 묶이지 않아 비트코인 수익성이 장기간 회복될 경우 채굴 용량을 다시 늘릴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코인셰어스는 현재 비트코인 1개 채굴에 드는 평균 현금 비용이 비트코인 가격보다 높아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며, 최근 비트코인 가격 회복만으로는 이미 시설을 전환한 업체의 결정을 되돌리기에는 부족하다고 분석했습니다.
AI 전환의 실질적인 성과는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조사 대상 기업들이 공개한 AI·HPC 계약 잔고는 1,000억 달러를 넘지만, 이를 연 환산 매출로 바꾼 규모는 약 11억 달러 수준입니다. 계약된 IT 용량은 4GW를 초과하지만, 실제로 과금 중인 용량은 약 550MW에 불과합니다. AI·HPC 계약을 확보한 기업의 주가는 예상 매출의 평균 12.9배에 거래되는 반면, 채굴을 계속하는 기업은 3.7배에 그쳐 시장은 AI 전환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코인셰어스는 계약 용량을 일정대로 가동하여 매출로 연결하는 기업은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겠지만, 지연될 경우 현재의 프리미엄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AI 전환이 단순한 기대감을 넘어 실제 수익으로 이어져야 함을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