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년간 국내 청년층(15~29세) 일자리 28만 5천 개가 사라졌으며, 이 중 94%에 해당하는 26만 8천 개가 인공지능(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기간, 같은 AI 고노출 업종에서 50대 일자리는 오히려 23만 개 증가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한국은행 조사국이 발간한 BOK 이슈노트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 사다리와 대응 과제'에 담긴 분석으로, AI 시대에 청년들이 경력을 시작할 통로인 '경력 사다리'의 첫 계단이 흔들리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보고서는 국민연금 가입자 자료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바탕으로, 직업별 AI 노출 지수를 산업별로 가중평균하여 'AI 고노출 업종'을 정의했습니다. 분석 결과, 정보서비스업, 출판업,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관리업, 전문서비스업 등에서 청년 취업자 수가 크게 줄어든 반면, 30~59세 핵심 연령층, 특히 50대 취업자는 증가세를 유지했습니다. 이는 생성형 AI가 주로 자료 정리, 문서 초안 작성, 기초 분석, 단순 코딩 등 사회 초년생이 맡아온 초급 업무를 낮은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들이 신입 채용 유인을 잃고 AI 결과물을 검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경력자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을 '연공편향 기술변화'라고 명명했습니다.
또한, AI 활용 방식에 따라서도 고용 효과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업무를 AI에 통째로 맡기는 '자동화'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청년 고용 감소 폭이 컸지만, 사람이 AI를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증강'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고용 감소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는 AI 도입 자체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고용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채용문이 좁아진 것을 넘어, AI 고노출 업종에서 이미 취업한 청년들이 회사를 떠나 미취업 상태가 되는 '유출' 또한 팬데믹 이전보다 약 32% 증가했으며, 대졸 청년층의 실업률이 전문대졸 이하 청년층보다 높아지는 등 학력별 격차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생성형 AI 확산 이전부터 시작된 경력직 선호 현상과 재택근무 확산으로 인한 비공식 학습 기회 감소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AI는 이처럼 쪼개진 초급 업무를 수행하며 경력직 선호를 더욱 강화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AI를 통해 초급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신입 채용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청년들이 경험과 숙련을 쌓을 통로가 좁아져 장기적으로 숙련 인력 공급 부족이라는 '인재 파이프라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는 이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기존 초급 일자리 보전이 아닌 '경력 사다리의 재설계'를 제안합니다. 청년들이 AI와 경쟁하기보다 AI를 활용하며 숙련을 쌓도록 실무, AI 활용, 숙련자 지도를 결합한 직업훈련으로 전환하고, 단순히 채용 인원만 지원하는 채용보조금을 멘토링에 투입되는 시니어의 근로시간과 현장 프로젝트 운영비까지 지원하는 '경력 형성 지원금'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AI가 청년의 숙련을 앞당기는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균형 잡힌 기술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