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들고 있지만, 과연 우리의 뇌는 AI를 제대로 다룰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사이버네틱스의 대부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는 “모든 시대의 사상은 그 시대의 기술에 반영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세기 동안 우리의 사고는 컴퓨터에 반영되었고, AI 업계 역시 뇌를 컴퓨터와 유사하게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는 뇌를 “튜링 기계에 대한 생물학적 근사치”라고 표현했고,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뇌를 생물학적 컴퓨터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단순한 컴퓨터 비교 이상으로 훨씬 복잡하며, AI 업계가 간과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AI가 마치 인지적 '정크 푸드'처럼 당장은 매력적이지만, 수천 년간 진화해 온 우리의 인지 시스템의 건강과 지속 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뇌를 컴퓨터로 보는 관점은 앨런 튜링(Alan Turing)에서 시작되었으며, 사고를 정보 입력(input), 조작(computation), 행동 출력(output)의 3단계 알고리즘으로 가정합니다. 이 모델은 기술 발전에 기여했지만, 존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조차 인간 신경계의 복잡성을 완전히 담아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몬트리올 대학교 신경과학자 폴 시섹(Paul Cisek)은 이러한 관점에 반대하며, 뇌가 단순히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피드백 제어 시스템'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뇌는 환경으로부터 자극을 수동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 그 자극을 능동적으로 조절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야구 선수가 날아오는 공을 잡을 때, 복잡한 계산을 통해 궤적을 예측하기보다는 공을 시야의 특정 위치에 유지하며 움직이는 단순한 경험적 규칙(heuristic)을 따른다는 설명입니다. 이는 뇌가 진화해 온 생물학적 건축 방식과도 일치합니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AI가 인간 인지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뇌를 단순한 정보 처리 장치가 아닌,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볼 때, AI가 제공하는 즉각적이고 수동적인 정보 소비 방식이 우리의 인지 능력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재고해야 합니다. AI가 복잡한 인지 과정을 대신해 줄수록, 우리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학습하는 능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인간의 인지 시스템을 약화시키고, 새로운 환경적 가능성에 대한 적응력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AI 기술 개발과 활용에 있어 인간 뇌의 진화적 특성과 한계를 깊이 이해하고, AI가 우리의 인지 시스템을 보완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