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에너지 효율 개선과 전환을 통해 외부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1995년 이후 생산액 1유로당 에너지 사용량을 약 44% 줄였으며, 특히 2019년 이후 전체 개선분의 3분의 1 이상이 집중되었습니다. 이러한 '덜 쓰기' 전략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도 유럽 경제가 무너지지 않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GDP(국내총생산) 중심의 경제 평가는 단열, 히트펌프 설치, 자전거 인프라 확충 등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노력을 소비 감소로만 기록하여 그 중요성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유럽의 에너지 효율 개선은 지난 20년간 꾸준히 진행되어 왔습니다. 가스보일러를 히트펌프로 교체하고 건물을 단열하는 것은 가계의 난방비와 국가의 가스 수입을 동시에 줄이는 효과를 낳습니다. 파리시가 1,000km에 달하는 자전거 인프라를 구축하고 노상 주차 공간을 없애면서 자전거가 도시 내 두 번째 이동 수단이 된 사례도 석유 수입 감소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사례는 전력 구성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2026년 가스가 전력 가격을 결정하는 시간 비중이 스페인은 약 15%인 반면 이탈리아는 89%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과거의 전력 투자 선택이 에너지 충격에 대한 대응력을 크게 좌우함을 의미합니다. 스페인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여 호르무즈 봉쇄 이후에도 0.7% 성장하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를 앞섰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에너지 사용 감소가 모두 효율 향상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에너지 집약 산업의 위축, 수입품에 내재된 배출량, 저장 설비 부족, 국방비와의 재정 경쟁 등은 유럽의 실질적인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9~2023년 산업 에너지 사용 감소는 화학, 기초금속 등 에너지 집약 업종의 구조적 축소에서 주로 발생했으며, 이는 고통스러운 경제활동 위축을 동반했습니다. 또한,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는 과정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의존도가 커지고 있어, 단순히 공급국을 교체하는 것을 넘어 효율 개선과 전기화(electrification)를 통해 수요 자체를 줄이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최종 에너지 소비의 전기화 비중을 현재 21.3%에서 32%로 높이고 배터리 저장 용량을 4배 확대하는 목표를 제시하며, 히트펌프 판매 회복을 위해 전기세 인하와 같은 정책적 노력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Emilia-Romagna) 지역의 협동조합 모델처럼 지역 소유의 에너지 공동체가 에너지 자립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잠재력도 주목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