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법이 없어 진단 후 수개월에서 수년 내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인 프리온 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제 후보물질이 첫 인체 임상시험에 들어갔습니다. 브로드 연구소(Broad Institute)와 매사추세츠 의과대학(UMass Chan Medical School)이 공동 개발한 이 후보물질은 소간섭 RNA(siRNA) 기반으로, 프리온 단백질(PrP) 생성을 억제하여 뇌의 단백질 축적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번 1상 임상시험 ‘PRiSM’은 환자 15명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내약성, 적정 용량을 평가하게 됩니다.
이 치료제 후보물질은 프리온 단백질을 만드는 RNA를 절단하도록 설계된 이가성 siRNA(divalent siRNA)입니다. 선행 생쥐 연구에서는 프리온 단백질을 49% 감소시켰고, 증상 발현 후 한 차례 투여만으로 생존 기간을 64% 늘리는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5년 3월 연구팀의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승인하며 인체 시험을 허용했습니다. 특히, 연구팀은 통상 비공개로 진행되는 임상시험계획 신청 자료를 공개하고, 향후 시험 결과와 안전성 데이터도 투명하게 공유하여 다른 프리온 치료제 개발 노력에 기여하겠다는 이례적인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는 특정 후보물질의 성공 여부를 넘어, 프리온 질환 연구 전반의 발전을 위한 협력적 접근 방식을 보여줍니다.
이번 임상시험은 현재까지 완치법이 없는 프리온 질환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프리온 질환은 잘못 접힌 프리온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어 발생하는 질환으로,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 등이 대표적입니다. 비록 이번 치료제가 이미 축적된 단백질을 제거하지는 못하지만, 단백질 생성을 억제하여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면 환자의 삶의 질과 생존 기간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구를 이끄는 에릭 미니켈(Eric Minikel)과 소니아 발라브(Sonia Vallabh) 부부는 발라브가 프리온 질환 유전적 변이를 진단받은 후 직접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사연으로도 잘 알려져 있어, 이번 임상시험의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