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IBM의 딥 블루(Deep Blue)가 당시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를 꺾으며 컴퓨터가 인간을 이긴 역사적인 사건을 만들었습니다. 딥 블루는 480개의 맞춤형 체스 코프로세서와 30개의 P2SC 프로세서로 구성된, 당시 세계 259위 슈퍼컴퓨터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니콜라스 칼리니(Nicholas Carlini) 연구원은 1996년에 출시된 200MHz 인텔 펜티엄 프로(Pentium Pro) PC에 현대 체스 엔진인 스톡피시(Stockfish)를 포팅(porting)하여 카스파로프를 압도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증명했습니다.
연구는 체스 AI 성능 향상의 원인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알고리즘) 중 어디에 더 비중을 둬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96년 당시 최고 수준의 체스 엔진은 엘로(Elo) 점수 약 2300점이었고, 딥 블루는 2700점, 카스파로프는 2800점 미만이었습니다. 반면, 현대 스톡피시는 3700점에 육박합니다. 칼리니는 1996년 엔진 크래프티(Crafty)를 펜티엄 프로와 현대 하드웨어(라이젠 7)에서 각각 실행하고, 여기에 현대 검색 알고리즘(예: fail-soft, LMR, NNUE)을 점진적으로 추가하며 성능 변화를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펜티엄 프로에서 현대 알고리즘을 적용한 크래프티는 2974점까지 도달했습니다. 더 나아가, 현대 스톡피시를 펜티엄 프로에 맞게 32비트 연산과 64MB RAM 제약에 맞춰 최적화하자, 3180점이라는 놀라운 엘로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카스파로프는 물론 딥 블루보다도 훨씬 높은 점수입니다.
이 연구는 체스 AI 성능 향상 중 약 720 엘로 점수(전체 향상분의 절반 이상)가 하드웨어 발전이 아닌 알고리즘 개선 덕분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즉, 단순히 더 빠른 컴퓨터가 아니라, 더 똑똑한 방식으로 수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결정적이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AI 분야 전반에 걸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컴퓨팅 자원의 한계 속에서도 효율적인 알고리즘과 최적화된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며, 제한된 자원으로도 혁신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특히, 딥러닝(deep learning) 시대에 방대한 데이터와 고성능 GPU가 필수적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알고리즘적 효율성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