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과거 강력히 반대했던 유엔 사이버범죄협약(UN Cybercrime Convention)에 최근 서명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협약은 러시아 주도로 시작되었으며, 국가의 감시 권한을 대폭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캐나다를 비롯한 여러 민주주의 국가들이 반대해왔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서명이 아동 보호 조항과 인권 보호 장치가 강력하다고 강조하지만,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은 공개 협의 없이 이루어진 결정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협약의 핵심 쟁점은 절차적 수사 권한이 모든 형사 범죄의 전자 증거에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또한, 국제 공조 의무는 국내법상 징역 4년 이상을 선고할 수 있는 모든 중대 범죄로 확장됩니다. 이는 일부 국가에서 정부 비판, 언론 활동, 동성 관계 등에도 중형을 부과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러한 국내법이 국경을 넘는 전자 증거 수집 요청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과 Human Rights Watch 등 디지털 권리 단체들은 이 협약이 '세계적 감시 협정'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각국에 실시간 감청 및 데이터 수집 권한을 마련하도록 요구하고 사전 사법 승인 같은 보호 장치는 국내법에 맡기는 등 인권 침해 소지가 크다고 지적합니다.
캐나다 시민사회 단체들은 이 협약이 캐나다 내 디아스포라(재외동포) 공동체를 겨냥한 초국가적 탄압의 통로가 되고, 기존 상호 법률지원 체계의 보호 장치를 우회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또한, 상업용 스파이웨어 거래에 공모하거나 선의의 보안 연구까지 범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캐나다는 이미 부다페스트 협약과 양자 조약을 통해 국제 공조 체계를 갖추고 있어, 새로운 협약의 추가 가치는 주로 러시아, 중국, 이란 등 고위험 국가와의 공조에 있지만, 동시에 이들 국가가 협약의 가장 큰 위험을 만든다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번 캐나다의 서명은 아직 비준 전이므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향후 비준을 위해서는 Bill C-22와 같은 권한 확대 입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감시 권한 확대와 국경 간 데이터 공유를 강화하는 법안으로, 조약과 입법이 서로의 권한 확대를 강화하는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서명에 대한 명확한 이유와 시민사회의 우려에 대한 답변을 내놓아야 할 책임이 있으며, 이 협약이 디지털 시대의 인권과 자유에 미칠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