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일상생활과 업무 전반에 걸쳐 사소한 선택부터 복잡한 조사, 추론에 이르기까지 완성된 답을 내놓으면서, 인간의 사고 자율성(autonomy)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해졌습니다. 과거 검색 엔진은 질문을 분해하고 출처를 평가하며 답을 종합하는 과정을 사용자에게 맡겼지만, 최근의 대규모 언어모델(LLM)은 이 모든 중간 사고 과정을 대신 처리하며 몇 분, 몇 시간, 심지어 며칠이 걸리던 작업을 단숨에 해치웁니다. 이는 시간을 절약해 주지만, 동시에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AI는 반복적인 업무와 학습 부담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구글 제미나이(Gemini)의 번역 기능, 코딩 에이전트(coding agent)의 개발 보조, 챗GPT(ChatGPT)의 개인 교사 활용 사례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일부 온라인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AI로 거의 동일한 과제 답안을 제출하는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답을 얻는 것과 사고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엄연히 다름을 보여줍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모든 대화를 녹음하고 클로드 페이블(Claude Fable)에 분석을 맡기며, AI가 자신보다 비판적 사고를 더 잘한다고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AI가 단순 작업을 넘어 무엇을 원하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까지 대신한다면, 인간은 편의와 함께 행위 주체성(agency)마저 넘겨줄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AI를 활용하는 방식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포르투갈의 식민 역사에 대해 먼저 가설을 세우고 토론한 뒤 AI로 검증한 사례는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AI는 여러 가설을 뒷받침하고 새로운 설명을 덧붙였지만, 인간이 타당하다고 본 일부 가능성은 놓쳤습니다. 이는 AI를 질문에 대한 즉각적인 답을 얻는 도구가 아닌, 인간의 선행 사고를 보완하고 확장하는 도구로 활용할 때 그 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즉, AI는 인간의 사고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더 깊고 창의적인 사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AI 시대에는 빠른 답과 느린 사고를 구분하고, 인간 고유의 비판적 사고와 학습 과정을 지키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