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서체(typeface) 디자인 자체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이를 구현한 폰트 소프트웨어(.ttf 또는 .otf 파일)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이러한 법적 특성을 파고들어, 기존 폰트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서체 디자인을 재현하는 도구인 '폰트리버레이터(fontliberator)'가 공개되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폰트리버레이터는 '클린룸 역설계(clean-room reverse engineering)' 방식을 사용합니다. 원본 폰트 파일을 직접 분석하거나 읽지 않고, 오직 시스템 텍스트 렌더러가 해당 폰트를 화면에 그리는 결과물(픽셀)만을 관찰합니다. 이 픽셀 이미지를 자동 추적하여 새로운 베지어 곡선(Bézier curve) 윤곽선으로 변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otf 폰트 파일을 생성합니다. 글자의 폭(advance width)과 같은 메트릭 정보도 렌더링된 비트맵을 통해 간접적으로 측정하며, 원본 폰트의 베지어 데이터, 메트릭 테이블, 힌팅 프로그램 등은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는 세가 대 어콜레이드(Sega v. Accolade)나 소니 대 커넥틱스(Sony v. Connectix) 판례에서 인정된, 외부에서 관찰 가능한 동작을 통해 독립적인 구현을 만드는 것과 유사한 접근 방식입니다.
이 도구는 폰트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을 우회하여 서체 디자인을 '해방'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폰트리버레이터로 생성된 폰트 파일은 원본 폰트와 어떠한 코드나 데이터 구조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 법상으로는 저작권 침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 개발자의 주장입니다. 또한, AI가 생성한 저작물에 대한 최근 판례(Thaler v. Perlmutter)와 기존 작품의 충실한 복제물에 대한 판례(Bridgeman Art Library v. Corel Corp.)를 근거로, 이렇게 자동 생성된 폰트 소프트웨어 자체도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폰트리버레이터는 현재로서는 실용적인 도구라기보다는 법적 실험에 가깝습니다. 생성된 폰트의 품질이 좋지 않고, 커닝(kerning), 합자(ligature), 오픈타입(OpenType) 기능, 힌팅(hinting) 등 고급 기능은 재현되지 않습니다. 또한, 이 도구는 오직 미국 법률에만 해당하며, 최종 사용자 라이선스 계약(EULA), 상표권, 특허 등 다른 법적 제약으로부터는 보호해주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폰트 저작권의 복잡한 경계를 탐색하고 새로운 논의를 촉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