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돛이 현대 기술을 입고 상업용 화물선에 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첨단 제어 기술과 신소재를 활용한 현대식 풍력 추진 시스템이 전 세계 대형 상선 100척 이상에 장착되어 운항 중입니다. 이 시스템들은 기존 엔진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바람을 활용할 수 있는 조건에서 연료 소비를 줄이는 보조 동력 역할을 하며 해운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주요 풍력 추진 시스템으로는 거대한 수직 원통이 회전하며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로 추력을 얻는 로터 세일(Rotor Sail)과 항공기 날개 형태의 경질 날개형 돛(WindWings), 흡입식 돛(eSAIL) 등이 있습니다. 이 기술들은 벌크선과 유조선은 물론,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Maersk)가 8,700TEU급 컨테이너선에 로터 세일을 설치하고 일본 이데미츠 탱커(Idemitsu Tanker)의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에도 적용될 예정입니다. 특히 한국선급(Korean Register), HD현대중공업 등이 LNG 운반선에 풍력 추진 시스템 적용 연구를 진행하는 등 기술적으로 복잡한 선종으로도 확대되고 있어, 풍력 추진 기술이 해운업의 주류로 진입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연료비 절감과 엄격해지는 환경 규제가 있습니다. 바람은 무료 에너지원이며, 풍력 추진 시스템은 저탄소 연료가 비싸거나 부족한 상황에서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업계는 기존 선박 개조 시 한 자릿수에서 10%대 초반의 연료 절감 효과를 기대하며, 이는 연간 수천 톤의 연료를 사용하는 대형 선박에 큰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또한, 국제해사기구(IMO)가 풍력 추진 시스템에 대한 잠정 안전 지침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 기반도 갖춰지고 있어, 풍력 추진은 대체 연료, 배터리 등과 함께 미래 선박의 핵심 추진 수단 중 하나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