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ChatGPT)가 뉴요커(New Yorker) 스타일의 만화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실제 활동 중인 만화가들의 서명을 무단으로 복제해 사용하고 있어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확인된 사례만 15명이 넘는 만화가들의 서명이 허락이나 보상 없이 AI 생성물에 붙었으며, 이는 온라인에서 작품의 출처와 진위를 확인하는 중요한 표식인 서명을 도용함으로써 창작자 사칭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AI가 만든 만화를 본 사람들이 해당 만화가에게 본인 작품인지 문의하는 해프닝도 발생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돌리 파튼(Dolly Parton)과 팀 커리(Tim Curry)의 사망 이후 천국 문 앞에서 만난 모습을 그린 만화입니다. 이 만화는 트위터(Twitter)에서 2만 5천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으며 빠르게 확산되었는데, 오른쪽 아래에는 뉴요커 만화가 브렌든 로퍼(Brendan Loper)의 필명인 “BLOPER”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로퍼는 이 만화를 그린 적이 없으며, 팬이 챗GPT에 “뉴요커 스타일의 만화”를 요청하여 생성된 이미지였습니다. 로퍼는 쌍둥이 형제와 낯선 사람들로부터 본인 작품인지 묻는 연락을 받으며 서명 위조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인격에 대한 침해로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이 외에도 해리 블리스(Harry Bliss), 에밀리 플레이크(Emily Flake) 등 15명이 넘는 뉴요커 기고 만화가들의 서명이 무단으로 사용된 사례가 다수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서명 도용은 단순한 화풍 모방을 넘어선 심각한 문제입니다. 만화가들은 자신의 서명을 브랜드이자 제작 표시로 여기며, 이는 작품의 진정성과 창작자의 정체성을 나타냅니다. 챗GPT가 생성한 만화 중 일부는 문구가 말이 되지 않거나 여러 만화가의 화풍을 혼합한 형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만화가의 서명이 붙어 마치 그들의 작품인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창작자가 그리지도, 지지하지도 않는 저품질 결과물이 창작자를 사칭하는 것으로, 신용카드 해킹보다 더 큰 인격권 침해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뉴요커의 모회사인 콘데 나스트(Condé Nast)는 오픈AI(OpenAI)와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지만, 만화 학습이나 로고 사용을 허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으며, 만화가들의 기고 계약에도 AI 학습용 라이선스 조항은 없었습니다.
오픈AI는 문제 통보 이후 챗GPT에 제3자 콘텐츠 유사성 경고를 추가했지만, 여전히 일부 생성물에는 실제 만화가의 이름이 붙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만화가들의 생계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됩니다. 뉴요커 게재 경력은 상업 작업, 책 삽화 등 외부 일감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명함 역할을 하는데, AI가 이를 대체할 위험에 놓인 것입니다. 실제로 볼티모어 선(The Baltimore Sun)은 30년 이상 시사만화를 기고한 만화가를 해고하고 AI 생성 만화를 정기적으로 게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사태는 AI 기술 발전이 창작자의 권리와 생계를 어떻게 침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저작권법과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 등 기존 법률이 AI 시대의 새로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