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들이 소프트웨어의 반복적인 버그에 익숙해져 무의식적으로 우회하는 습관을 만들고, 이를 정상적인 동작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을 '버그 맹시(Bug Myopia)'라고 합니다. 이는 개발팀 내부에서도 흔히 발생하여, 심각하게 망가진 제품도 잘 작동한다고 평가하는 오류로 이어지곤 합니다. 실제 사용자가 같은 문제에 부딪혀 제품이 실패한 후에야 비로소 품질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컴퓨터 활용 능력의 상당 부분은 구글 독스(Google Docs)에서 입력 시점을 기다리거나, 로그인 전에 와이파이(Wi-Fi)를 끄는 것처럼, 버그를 피하기 위한 무의식적인 동작을 축적하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개발자가 직접 만든 제품을 사용하는 '자체 사용(dogfooding)' 방식도 개발자가 복잡한 우회법에 익숙해지면 한계가 명확해집니다. 심지어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활용한 코딩 에이전트(coding agent)가 저품질 소프트웨어를 더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되면서,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이러한 버그 맹시는 특정 제품의 팬덤에서도 나타납니다. 볼보(Volvo) 차량의 신뢰성 데이터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자신의 차량이 가장 신뢰할 만하다고 주장하며 데이터를 부정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또한, 과거 대학에서 널리 사용되던 강의 관리 소프트웨어 블랙보드(Blackboard)는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광범위하게 비판받았음에도, 블랙보드 직원은 사용자들이 제품을 널리 좋아한다고 믿는 등 조직 내부에서 품질 맹시가 유지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는 사용자 불만, 뉴스, 공개 자료가 충분해도 내부에서 현실 인식이 왜곡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버그 맹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피드백을 받아들일 때부터 변화가 시작됩니다. 알아차리지 못한 문제를 계속 지적받은 사람들은 몇 주 뒤부터 스스로 유사한 결함을 찾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의로 보지 않으려는 사람에게는 같은 접근 방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조직의 관심이 적은 프로젝트가 아니라면 단기간에 변화를 추진하기 어렵고, 결함을 전담해 고치는 역할도 회사의 높은 우선순위로 자리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사용하기 쉬운 앱은 사용자가 비정상적인 우회 습관을 만들 필요가 없게 해야 합니다. 의도적으로 속도와 품질을 교환하는 결정과 낮은 품질을 높은 품질이라고 믿는 상태는 다릅니다. 품질 맹시는 성공 가능성이 낮은 제품을 고품질이라고 믿고 출시하게 만들며, 이는 사용자 경험 저하를 넘어 제품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품질을 높이려면 먼저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