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가 중앙값 기준 32% 하락하고 기업가치가 42% 쪼그라드는 'SaaSpocalypse'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AI 시대에 애플리케이션 계층 소프트웨어가 죽어가는 신호라는 비관론을 키웠지만, 실제로는 시장이 단기적인 파괴 국면만 반영하고 차세대 AI 네이티브 소프트웨어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었습니다.
유클리드 벤처스(Euclid Ventures)의 분석에 따르면, 130개 SaaS 종목을 분석한 결과 수직형(Vertical) SaaS와 수평형(Horizontal) SaaS의 최근 1년 성장률은 각각 14.1%, 14.7%로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주가 하락은 성장이 멈춰서가 아니라, 시장이 'AI 에이전트가 거쳐 가는 인프라'처럼 당장 매출이 보이는 과금 모델에만 보상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워크플로 장악력, 독점 데이터, 규제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해자(moat)는 외면당했으며, 특히 독점 데이터를 가진 기업만이 72%의 프리미엄을 유지한 반면, 단순 규제 장벽이나 '수직 시장 장악' 내러티브에 기댄 기업들은 오히려 할인 거래로 추락했습니다.
이는 시장이 AI가 가져올 파괴 국면의 초입만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을 뿐, AI 정착 이후 데이터와 워크플로의 가치가 극대화될 균형 상태를 놓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은 학습 데이터의 가치와 에이전트의 지능화를 증명했지만, 언어를 넘어선 의사결정 맥락과 도메인 데이터는 전문가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며 쉽게 사고팔 수 없습니다. 이러한 독점 데이터를 가장 잘 확보하고 있는 것이 바로 수직형 플랫폼이며, 비관론과 달리 AI는 오히려 수직형 시장을 크게 키울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 벤더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용례와 예산, 그리고 버티컬 위에 세워질 차세대 AI 네이티브 기업들이 최대 승자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