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의료기관 중 하나인 카이저 퍼머넌트(Kaiser Permanente)의 간호사들이 인공지능(AI)과 직장 감시 시스템이 환자 돌봄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들은 AI가 통화 시간, 생산성 예측, 심지어 공감 능력과 목소리 톤까지 평가하는 데 사용되면서 환자에게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7명의 현직 및 전직 간호사들은 캘매터스(CalMatters)와의 인터뷰에서 15분 이상 환자와 통화할 경우 경영진의 질책을 받거나 성과 평가 회의에 불려간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통화 시간이 월별 성과 점수에 반영되며, AI 시스템이 비생산적이거나 전화를 빨리 받지 못하는지 매일 예측한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자살 충동을 느끼는 환자와 한 시간 이상 통화해야 했던 간호사는 평균 통화 시간에 대한 압박 때문에 환자에게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말기 암 진단을 받은 노인 환자에게 공감과 위로가 필요했지만, 성과 점수 하락이 두려워 대화를 중단해야 했던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압박은 간호사들이 조기 퇴직하거나 이직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카이저 퍼머넌트 측은 AI 기술이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며, '평균 통화 처리 시간(Average Handle Time)'을 성과 평가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모든 기술 도구는 품질 보증을 위한 것이며 인간의 검토와 감독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간호사 협회(California Nurses Association, CNA)는 이번 달 카이저와의 새로운 계약 협상에서 AI 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삼을 예정이며, 이미 지난 3월 AI 반대 파업과 지난해 가을 시위를 벌인 바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 의회에서도 자동화된 진료 권고를 거부하는 의사 및 간호사를 보호하는 등 직장 내 AI 규제 법안들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례는 의료 분야에서 비용 절감과 효율성 증대를 위해 AI를 도입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윤리적, 실질적 문제점을 보여줍니다. AI 기반의 성과 관리가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라는 본질적인 가치와 충돌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인간적인 돌봄과 기술 혁신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특히,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 현장에서 AI의 역할과 한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명확한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