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을 두고 국내와 해외 시장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국내 언론이 265억 달러라는 조달 규모와 외국 발행사 역대 최대 기록에 집중하는 동안, 해외 시장은 '같은 회사가 서울과 뉴욕에서 다른 가격을 받을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한국 기업의 오랜 저평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의 선두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상장 직전 LSEG 집계에서 마이크론(Micron)보다 낮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을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밸류에이션 격차에는 업황 전망이나 이익 변동성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해외 분석가들은 특히 미국 투자자의 접근성 부족과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관행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포춘(Fortune)지는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보다 수익성이 낮음에도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배경으로, 그룹 결속을 주주 환원보다 우선시하는 한국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를 언급했습니다. 트레이딩 플랫폼 이토로(eToro)의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론과의 밸류에이션 격차가 근본적으로 '접근성'과 '친숙함'의 문제이며, 나스닥 상장이 이러한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나스닥 상장은 단순히 자금 조달을 넘어 미국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접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KB금융그룹의 피터 김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나스닥 상장 요건 충족이 미국 투자자들의 우려를 덜어 '코리아 디스카운트' 축소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SK하이닉스가 재평가되면 삼성전자(Samsung Electronics) 등 다른 한국 기업의 재평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향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Philadelphia Semiconductor Index) 편입 가능성도 제기되어, 지수 추종 자금 유입이라는 추가적인 수급 동력도 기대됩니다.
그러나 경계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뉴욕 그레이트힐캐피털(Great Hill Capital)의 토머스 헤이스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현재 '가장 붐비는 트레이드'라며, 발행사와 주관사들이 높은 수요와 밸류에이션을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퓨처럼그룹(Futurum Group)은 SK하이닉스가 HBM 1위를 유지하겠지만,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투자 가속화로 인해 점유율이 장기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마이크론 관점에서는 SK하이닉스의 상장으로 대체 투자처로서의 희소성이 약해져 미국 반도체 자금 일부가 SK하이닉스로 분산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SK하이닉스 ADS(미국예탁주식)의 첫 거래일은 공모가 대비 약 13% 높은 가격으로 마감했지만, 초기 유통 물량과 전환 제약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시장은 ADS와 서울 본주 간의 가격 차이가 유지되는지, 그리고 SK하이닉스의 전체 밸류에이션이 마이크론 등 글로벌 동종사에 가까워지는지를 장기적으로 지켜볼 것입니다. 만약 ADS만 프리미엄을 유지하고 서울 본주의 배수가 제자리에 머문다면 접근성 개선이 한국 주식의 재평가로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본주까지 뚜렷하게 재평가된다면 투자 접근성과 시장의 친숙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요인이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릴 것입니다. 이번 상장의 결과는 향후 국내 기업의 해외 상장 전략과 자본시장 제도 논의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입니다.
